이지현 (식품영양학) 교수

매년 3월이 되면 신입생으로 처음 등교하던 생각이 나서 혼자 피식 웃는다. 꽃샘추위로 추운데,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 산 옷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옷을 입고 생활환경대학까지 걸어 올라오면서 느꼈던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하지만 대학 4년 동안 소극적으로 친구들을 사귀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후 유학생활을 할 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꾸어보자 다짐했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그러하시겠지만, 나도 부산대학교에 임용이 되기 전에 11년의 시간을 ‘foreigner’로 외국에서 보냈다. 그중 7년은 외국인 유학생이었는데, 처음 도착하여 친구가 생기기까지 조바심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때는 같은 실험실 친구가 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다음 날 시험이 있어도 두말하지 않고 따라나섰던 것 같다. 거절하면 다음에는 물어보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생각해보니 원래의 ‘소심함’에 내가 ‘제안’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거부감 같은 것도 더해져 있었던 것 같다. 

몇 년 뒤, 실험실 친구 전원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올 기회가 있었다. 그때,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조깅하러 나갔던 친구가 돌아와 그제서야 유학생 친구들이 어떤 느낌일지 아주 조금 이해가 되었다고 하면서 유학생 친구들에게 존경한다고 이야기했었다. 조깅을 하다가 갑자기 본인이 주변인과 다르고, 언어도 모르는 ‘minor’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읽은 부대신문 기사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외국인 유학생을 인터뷰한 기사였는데, 당시 4학년이던 학생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한국인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것’을 꼽았다. 우리 학과 학생이었고, 항상 성실히 수업에 임해서 기사 내용이 안타까웠다. 그 후 다른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하였는데, 학회장에서 너무 반가워해서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학교 캠퍼스에는 학생이 많은 만큼, 유학생도 많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또는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타지에 와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은 20대 중반에야 집을 떠나 생활한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왕에 부산대학교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최대로 즐기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학생 스스로도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학과 행사에 참여하고, 대외교류본부에서 제공하는 튜터링 프로그램도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학생 지도 때에 가장 자주 하는 이야기가 실습 수업 수강이다. 아무래도 조별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이 아닌 학생들도 다른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는데 열린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건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유학생들은 그것보다 조금 더 힘들다는 걸 공감하고 친구의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우정을 쌓는 멋진 부산대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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