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역에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017년 부산교통공사가 환경 개선 계획을 추진하며 상가 조성을 내용으로 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uild-Transfer-Operate, 이하 BTO)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업이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돼 오히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3. 지하철이 도착하자 통행로가 사람들로 가득 하다

덕천역 지하상가 부산교통공사(이하 교통공사)가 경제성을 추구하며 시작됐다. 2015년 교통공사는 덕천역에 환경 개선 계획을 세워 고객센터 통합 등을 추진하려 했으나 예산이 부족했다. 이에 2017년 민간 업체에 지하 공간 817㎡ 부지를 내주며 상가 26개를 짓는 BTO를 맡겼다. 교통공사는 앞으로 20년간 업체로부터 수익금으로 약 58억 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약 3개월간 중단된 상태다.

“상가에 길 막혀”

교통공사가 덕천역에 BTO 방식으로 상가를 조성하면서 시민들의 통행이 불편해졌다. 교통공사는 사전에 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BTO를 진행했다. 덕천역에는 이미 200여 개 상점이 들어서 있다. 또한 인근에 구포시장이 있고, 도시철도 2,3호선의 환승역이라 평소에도 사람이 많이 몰린다. 상가가 추가로 조성되면서 통행로가 더욱 좁아졌다. 통행로 폭이 5.8m에서 3.0m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유동 인구에 비해 좁은 통행로는 시민들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게 하고 서로 부대끼게 만든다. 인근 상인 A 씨는 “예전에는 통행로가 넓었는데 지금은 너무 좁다”라며 “앞이 잘 안 보여 보행에 지장이 간다”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통행에 더욱 불편을 겪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이 필수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새로 들어선 상가 바로 앞에 있다. 이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승객들과, 통행로를 따라 이동하는 시민들이 겹쳐 장애인이 움직이기 어렵다. 부산광역시 북구장애인협회 조호열 사무국장은 “상가가 앞으로 튀어나와 통행로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라며 “유동 인구도 많아 휠체어나 목발을 짚은 장애인은 이동이 불편하고 위험하다”라고 전했다.

상인,승객 모두 불만

주변 상인들도 상가 조성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추가로 상가가 들어서면 매출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덕천역 지하상가에는 이미 경쟁 업체가 늘어서 있고, 몇몇 상점들은 문을 닫거나 정리 중에 있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기존 상권을 보호할 방안을 구상하지 않고 사업을 계획했다. 상가 26개가 추가로 들어선다는 소식에 △덕천역 지하상가 △구포시장 △젊음의 거리 상인들이 ‘덕천지하상가 분양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지하상가 상인 A 씨는 “지금도 유사 업종이 많아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라며 “추가로 상가가 들어서면 장사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역내 고객 쉼터도 사라졌다. 상가가 들어서기 전, 엘리베이터 앞에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쉼터가 조성돼 있었다. 그러나 쉼터 자리에도 상가가 들어서며 시민들은 쉴 공간도 잃었다. 또한 좁아진 통행로는 위급한 상황에 대피로로 활용되기 어려워졌다. 상가가 들어서며 일직선이던 통행로가 복잡해진 것이다. 부산시 북구의회 김태식 구의원은 “통행로가 좁아져 화재라든지 응급 상황에 대피하기 어려워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쏟아진 BTO, 결국 재검토

교통공사는 덕천역 BTO에서 멈추지 않았다. 부산대역을 포함해 동래역, 노포역 등을 개발해 상가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 이에 시민들은 지하철역 내 BTO에서 사전 검토 부족으로 생기는 공공성 훼손과 상권 침해를 지적했다. 그러자 교통공사는 지난달 19일 도시철도 역사에 계획·추진 중인 BTO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도시철도 사업에서 효율성을 강조했다”라며 “자기반성 차원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흐름을 바꾸고 있다”라고 밝혔다. 교통공사는 △확실한 승객 유인 효과 △고객의 통행 환경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주변 상권과의 상생 방안 마련이라는 BTO 3대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가를 즉시 철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덕천역 BTO를 맡은 사업자가 교통공사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공사는 사업자에게 통행로 오른편 상가 7개를 철거하거나 모든 상가를 철거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업자는 7개 상가 철거에 손해 배상금 77억 원을 요구했다. 상가 전면 백지화는 약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교통공사는 이러한 금액을 배상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장 상가를 철거하거나 소송한다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재검토 과정에서 사업자, 시민들과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역을 다시 시민들에게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교통공사에 강력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교통공사는 2015년 덕천역 상가 조성 사업을 심의하고자 열린 ‘제13회 민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시민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교통공사는 시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보행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교통공사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책임자에게 문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부산시의회 노기섭 시의원은 “교통공사는 심의위 결정을 준수하지 않았고 수익도 남기지 못해 공공성만 훼손했다”라며 “전략사업실을 해체하는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을 철회하는 데 비용이 들더라도 이른 시일 내 시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통행로를 확보해 가장 큰 불편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노기섭 시의원은 “소송을 해서라도 통행로는 확보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태식 구의원도 “전체 혹은 부분 철거로 일부를 보상하더라도 시민들이 안전한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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