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여러 전공자가 다양한 법과 풍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변호사 시험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듣는 것을 꺼려한다. 불안함 때문에 시험 과목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이에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인 양성 기관 로스쿨
2009년에 발효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나오는 로스쿨의 교육이념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풍부한 교양과 법적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고 한다. 이는 로스쿨이 설립되기 이전 사법시험이 법조인을 선발하는 제도인 것과 달리, 로스쿨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로스쿨별 특성화 교육이다. 특성화 교육은 학교별로 특정 분야 교육을 맡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된 교수진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초기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 중 일부는 특성화 교육을 받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발하기도 했다. 강원대 로스쿨을 졸업한 박창신 변호사는 “전공이 환경공학이라서 환경법이 특성화 분야인 강원대를 선택했다”라며 “비슷한 시기에 졸업한 로스쿨 동기들보다 환경법과 관련된 업무가 수월했다”라고 말했다.
로스쿨을 흔드는 변호사 시험
하지만 변호사 시험 제도로 인해 로스쿨의 설립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변호사 시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시험은 시행될 때마다 응시자 수가 쌓인다. 2010년 12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변호사 시험 합격정원을 총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정했다.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명이므로 변호사 시험 합격 인원은 1,500명대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응시자 수 1,665명 △합격자 수 1,451명 △합격률 87.14%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작년에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은 △응시자 수 3,240명 △합격자 수 1,599명 △합격률 49.35%로 제1회 시험보다 응시자 수가 올라갔다. 불합격자가 다음 해에 다시 응시하면서 응시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에 합격자 수는 고정됐기 때문에 합격률은 내려가고 있다.
변호사 시험 난이도가 필요 이상으로 증가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초기 시험보다 작성해야 하는 답안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초기 변호사 시험에서는 피고인이 3~4명 정도 나왔다면 현재 변호사 시험에서는 6~7명이 나온다. 피고인이 많아지면 써야 할 피고인의 사연도 많아져 답안의 양이 늘어난다. 또한 법의 본질보다 부차적인 문제도 출제되고 있다. 김정환 변호사는 “변호사가 다룰 기회가 적은 사건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움보다 합격을
이런 문제들로 인해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에 들어오는 학생들 대다수가 변호사 시험을 치기 위해 들어온다. 응시인원 증가와 난이도 증가로 변호사 시험에 대한 로스쿨 학생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변호사 시험에 유리한 과목만 수강하려 한다. 예로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이 있다. 우리 학교 최원진(법학전문대학원 18) 씨는 “선택과목 중에서 노동법 같이 공부할 분량이 많은 과목은 관심이 있어도 수강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국제거래법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제7회 변호사 시험 응시자 3240명 중 국제거래법을 선택한 수험생은 1404명(43.3%)에 달했다. 과목별로는 △환경법 695명(21.5%) △노동법 415명(12.8%) △경제법 309명(9.54%) △국제법 241명(7.44%) △지적재산권법 95명(2.93%) △ 조세법 81명(2.5%) 순이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당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노동법이 30.99%이었던 것을 보면 선택과목의 편중이 심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도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우리 학교의 특성화 분야는 해운 통상과 금융이다. 각 분야 별로 9과목, 총 18과목을 개설 한다. 하지만 2018학년도에 개설된 과목은 총 8과목이다. 폐강 되는 특성화 교육 과목은 총 10과목으로 절반이 넘는다. 심지어 개설된 8과목 마저 수강인원이 적다. 8과목 중 수강인원이 10명이 넘는 과목은 2개뿐이다. 해운 통상 분야인 ‘현대해상법’은 5명이 수강했고, 금융 분야인 ‘법률가를 위한 회계학’은 6명이 수강했다.
다양한 법학과 소양을 향해
변호사 시험 문제의 대안으로 자격시험화가 제시된다. 자격시험화는 정원제 선발시험에서 절대 평가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로는 의사 국가고시가 있다. 이 시험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이다. 합격 인원이 제한되어 있지 않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자는 모두 합격 된다. 변호사 시험도 이처럼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격시험화가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압박이 줄어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여유가 생긴다.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 과목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을 배우고, 특성화 교육도 활성화 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가 가져야할 소양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변호사는 기존의 제도와 판례에 이의제기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판례가 바뀌는 경우는 변호사가 이의제기해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험 위주의 공부는 소양을 배우기 힘들다. 김태관 변호사는 “변호사는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라며 “기존의 정보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진취성과 창의성도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 시험이 자격시험화 되면 합격자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 경우 사법 서비스의 질이 저하돼서 의뢰인의 피해와 사법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에는 보완장치로 유급제도와 졸업시험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평점을 4.3만점에서 2.2이하를 받으면 유급된다. 또한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시험을 쳐야한다. 이화여대 김유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서비스 질 저하 문제가 두려워서 변호사시험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엄격한 학사제도 개편 등 제도를 보완하면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