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본연의 깊은 감정을 이끌어 내는 놀이입니다”. 30여 년을 부산 풍악과 함께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 박종환 이사장은 풍물놀이를 이와 같이 설명한다. 바람과 만물을 뜻하는 풍물(風物) 그대로, 풍물놀이는 만물에 생기를 불러일으켜 주는 놀이다. 박진감 넘치는 연주와 춤사위가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고, 또 마음껏 표출될 수 있게 한다.

그윽한 어둠 속의 공연장, 긴장감이 엿 돈다. 그때 무대의 불빛 아래서 꽹과리 독주가 펼쳐진다. 꽹과리와 꽹과리채를 쥔 연주자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근엄한 표정의 연주자는 일정한 박자에 맞춰 꽹과리를 친다. ‘챙챙 챙챙’ 울려 퍼지는 소리. 공연장은 한순간에 신비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동해안 무속 음악이 잇따라 울려 퍼진다. 도입부의 팽배했던 긴장감은 가라앉고, 신명 나는 풍물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오색 빛 풍물 복을 입은 공연자가 부채와 천을 들고 동해안 별신굿을 선보인다. △북 △장구 △징 △꽹과리의 연주 소리에 어우러져 화려한 춤사위를 뽐낸다. 힘차게 부채를 펼치고 천을 날리며, 가락의 흥에 따라 발걸음을 디딘다. 이는 마치 훨훨 나는 새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 같다. 한국민족에술인총연합 부산지회(이하 부산 민예총) 박종환 이사장은 “부산 풍물의 춤에 정해진 규격이 없다”라며 “그 순간의 느낌대로 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부산의 풍물 춤은 자연스러움을 미학으로 여긴다. 공연자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때, 아름다운 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껏 차오른 공연장 속 열기는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고조될 뿐이다. 특히 후반부에 악기 연주가 공연의 중심이 돼 흥은 보다 극명해진다. 먼저 사물놀이 악기가 어우러지는 앉은반 사물놀이가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다. 머리를 흔들고 손목의 강한 힘으로 악기를 치는 등, 역동적인 연주자의 모습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더불어 신명 나고 빠른 음악을 연출해, 보는 이가 더욱 열광하게끔 만든다. 박종환 이사장은 “부산 농악은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매력을 갖는다”라며 “이러한 점이 듣는 이의 감정을 자극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주의 강세가 커질수록 관객은 더욱 환호하는 모습이다. 신나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설장구 연주가 이어진다. 어깨에 장구를 멘 연주자가 날쌘 발걸음으로 원을 돈다. 이때 고개는 좌측으로 돌리며, 궁채를 쥔 왼손을 오른쪽으로 당겨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러던 와중 “얼쑤!” 하며 오른쪽 손을 위로 올리기도 한다. 매우 빠른 연주자의 움직임과 머리 위로 휘날리는 상모 끈이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2시간 동안 펼쳐지는 놀이의 장. 막판이 돼가자 공연장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진다. 쉬지 않고 지속하는 공연으로, 지쳐가는 관객도 몇몇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 ‘판굿’이 공연자와 관객의 흥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무대 사이로 울려 퍼지는 태평소 소리와 함께, 곧 모든 풍물 악기들의 연주가 진행된다. 각 연주자는 빠르게 무대를 회전하며 있는 힘껏 악기를 친다. 또 자유롭고 힘찬 춤 동작을 구사한다. 후반부에서는 빠르게 무대를 달리다 높이 뛰어오르는 등 본인이 느끼는 즐거움을 극명하게 표출하기도 한다. 이때 관객 또한 공연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얼씨구 좋다! 신명 난다!”.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춤을 추며 공연에서 얻은 기쁨을 맘껏 표출한다. 마치 하나의 축제인 양, 풍물놀이를 매개로 공연자와 관객은 서로 느끼는 감정을 맘껏 나눈다.

풍물놀이는 공연자와 관객을 어우러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서로 간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공유된다. 박종훈 이사장은 “풍물놀이는 공연자와 관람자가 좋은 기운을 나누는 행위”라며 “이는 부산의 풍물 음악이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고 이로써 화합을 이끌어내는 풍물놀이, 현시대에도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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