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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미정상회담 다시보기
  •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9.03.10 04:15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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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이후 뒷얘기가 무성하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던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극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된 지도 일 년이 넘었다.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바라는 마음이야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일 테니, 어렵사리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는 사실에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필자는 어느 중앙 언론사의 요청에 의해 공동취재의 목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던 당시 베트남에 있었다. 역사적인 협상의 순간을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합의문 도출 실패에 크게 낙담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낙담의 시간도 잠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정확한 진단과 교훈만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다.

첫날 친교 만찬(social dinner)이 열리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사이의 최종 조율이 진행될 것이라고 짐작되었지만, 당일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안테나에 두 2인자의 만남은 포착되지 않았다. ‘김혁철-비건’ 라인으로 상징되던 실무협상이 어떤 형태로든 정상회담 합의문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고 참모들의 손을 거친 정지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큰 회담을 앞두고서도 참모들과 줄곧 국내정치 얘기만 나눈다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전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만을 탓할 수도 없고, 미국 국내정치 사정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는 어느 한쪽만이 잘못한 일은 없다. 북한과 미국이 똑같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나눠서 져야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희망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잘 알면서도, 왜 북한은 ‘부분적 비핵화’ 카드 하나만을 준비해 온 것일까? 현재 확보해 놓은 핵 능력을 조금이라도 포기하겠다는 다짐 없이 미국이 북한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2016년 이후의 제재 목록을 해제해 줄 것이라고 정말로 믿었던 것일까? 잘 알려져 있듯이, 영변의 핵시설 제거는 북한이 향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지, 이미 보유한 핵탄두 등의 능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제재 해제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북한의 속내가 완전히 공개되었고, 또 기존에 보유해 놓은 핵 무력을 협상의 카드로 삼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공개되었다. 평생을 협상만 하고 살아온 노회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젊은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절대복종하는 참모들에 휩싸여 국제사회의 리더를 상대로 협상을 해 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제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협상에 접근하는 자세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생존 방식을 갑자기 바꾸는 일은 어렵다. 70년 가까이 계속된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일종의 ‘일상화’된 위협 의식이 북한 사회 전체에 만연한 점도 잘 이해한다. 거대한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담판을 해야 하는데, 북한이 가진 협상 카드라고는 핵 무력뿐이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언어를 동원해서 치켜세워준 ‘북한의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구체적인 액션을 주저하는 북한이 매우 답답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겠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남이 잘못해서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알아서 스스로 고치기 전까지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비핵화의 결단을 내린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북한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따름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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