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길을 걸어온 대다수 군인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영예가 상처를 입었던 불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잘못된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나회 청산이 시작되기 3일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제49기 임관식에서 이와 같이 연설했다. 당시 하나회 세력은 군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회는 육군사관학교 11기생이 주도로 결성한 군내 사조직이다. 그 중심에는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있었다. 하나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진급특혜, 핵심요직채용 등의 혜택을 받으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과 군권을 장악했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를 청산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취임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하나회 세력은 군내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접근 하지 않으면 쿠데타가 일어 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하나회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취임한 지 11일째가 되자마자 당시 하나회의 실세인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을 전격 해임했다. 그리고 몇 주 뒤, 용산구 군인 아파트에 하나회 125명의 명단이 뿌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김영삼 정권이 군 개혁을 돌입했다.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조치를 진행한 것이다. 이후 하나회 출신은 당시 가지고 있던 권력을 모두 잃었다.

김석준(이화여대 행정학) 전 교수가 ‘한국정책학회보’에 쓴 <한국의 정치개혁>에서 ‘하나회 청산은 당시 김영삼 정부의 실질적인 권력기반이 군부에서 민간으로 옮겨지게 된 중요한 조치’라며 ‘정치군인을 배제해서 직업군인의 위상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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