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문이 열렸다. 봄 햇살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신입생들이 교문을 들어설 것이고 미리내골의 나무들은 푸르름을 더해갈 것이다. 하지만 그 눈부신 3월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그들은 머지않아 4월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가수가 ‘난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아무것도 없는 나의 지금은/깊어만 가는 잔인한 계절’이라고 노래했던 잔인한 4월. 

무엇이 문제일까?3월엔 모든 것이 가득하다. 첫 수업, 첫 만남, 개강 모임과 새로 만나는 사람들, 새로 알게 된 공간들.. 하지만 4월이 되면 금세 깨닫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다 ‘비어있다’는 것을. 초중고 12년 동안 따라야 했던 누군가에 의한 시간표도 없고,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절실히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빈 공간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늘 학교 수업, 학원 강의, 수많은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들에 둘러싸여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명확했던 생활을 해온 이들에게 갑자기 확장되어버린 선택의 여백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런 여백의 시간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꽉 짜인 교육과정들에 붙들려 있었고, 졸업을 하고 나면 다시 취업과 직장생활로 이어지는 시간이 은퇴의 시점까지 이어지게 된다. 대학 4년의 시간은 그 길목에서 잠시 주어진 유일한 여백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학은 그 여백 때문에 특별한 공간이다. 
아마 당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바쁜 삶의 관성에 따라 대학의 시간들도 서둘러 무언가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학과 수업, 영어공부, 자격증,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 등 채우려 든다면 금세 무엇으로든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지금까지 한 번도 던져보지 못했을,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 묻기 어려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시간을 꼭 갖길 바란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이제까지의 시간들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벌린 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음식들을 허겁지겁 삼켜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진짜 삶에서도 그렇게 누군가 무언가에 의해 ‘길러짐’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내가 바라는 삶과 피하고 싶은 상황들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양한 경험과 사색을 해보아야 한다. 대학의 여백은 바로 이런 탐색의 과정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활동들에 참여해보자. 더 다양한 책을 읽고 더 풍부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학과 전공의 깊이도 배워보고 다른 전공이 주는 흥미도 느껴보자. 때로는 빈둥거리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늘만 쳐다볼 수도 있다. 그 모든 가능성이 대학에 가득 차 있고 그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대학의 시간은 텅 비어 있다. 텅 빈 시간 속으로 들어온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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