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경 대학·사회부장

또다시 개강이다. 개강과 동시에 학교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맘때 학교만큼 학생이 많은 곳이 있다. 바로 술집 골목이다. 학과는 신입생을 환영하는 개강총회를, 동아리는 새로운 부원을 맞이하는 OT를 준비한다. 각 행사는 특성에 따라 시간과 장소가 모두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모든 행사의 마지막은 술집으로 집결된다. 강압적으로 술을 먹이는 문화는 사라졌지만, 이 자리에서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여전히 자랑거리로 여겨진다.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인싸’의 덕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음주는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함께 술을 마시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태도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는 음주의 위험성도 가볍게 느끼게 만든다. 과음하면 누구라도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의사 결정 능력 결여 상태는 위험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늦은 밤 학교 앞 술집을 지나면 만취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잔, 두 잔 술을 마시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태도를 유지한 결과다.    

우리는 음주에 너그럽다. 인식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법도 음주에 관대하다. 음주 상태로 범죄를 저지르면 형법 제10조 2항에 의해 감형된다. 때문에 재판에서 피의자들이 범죄 당시의 음주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신이 정신을 잃을 만큼 술을 마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만취는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음주가 감형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대한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은 음주 상태로 저지른 범죄를 더 강력히 처벌한다. 미국의 워싱턴주에서는 음주운전이 사람을 죽이면 살인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하다. 호주의 경우, 음주 운전이 적발되면 신문에 그 사람의 인적사항과 차량 번호 등을 공고한다. 이는 그 사람에게 낙인찍는 효과를 가진다. 누구든 신문만 읽어도 그 사람이 음주 운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은 음주 후 범죄가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이와 같은 인식과 관련 처벌 제도는 사람들이 음주를 경계하도록 만든다. 

우리도 더 이상 술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관대함은 안일한 태도로 이어진다. 가볍게 마신 술 한 잔이 가지고 오는 결과가 항상 가볍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마신 술에 대한 대가는 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마시는 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항상 염두 해두어야 한다. 술을 즐기되, 스스로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는 더 이상 우리에게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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