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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새벽벌의 공감장을 기대하며

한 해가 저물어간다. 곳곳에서 연말 총회들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 형식적인 식순이다. 관례적으로 조직의 수장은 이미 내정되어 있고, 한 해 예산에 대한 감사는 그저 감사하게 확인될 뿐이다. 주변의 학회나 동문회, 각종 OO회들이 대개 그렇다. 이 자리에서 두 눈 뜨고 회계를 꼼꼼히 살핀다거나, 내정된 수장에 대해 “이의 있습니다”라고 발언하는 순간, 그 모임에 한껏 흥을 올린 사람들에게 ‘적폐’로 찍힌다. 이러한 조직의 미래는 없다.

우리 학교도 우여곡절 끝에 2019 총학생회가 꾸려졌다.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무관심의 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하다. 이는 대학 내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학 안팎으로 정치에 무감해지는 일은 그때그때의 상황적 맥락이 있지만, 우려되는 일은 나의 무관심이 개인적인 차원으로 그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무사유성의 근원인 전체주의를 짚어낸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어둠은 사람들 사이에 열린 빛의 공간들, 사람들이 자신들을 드러낼 수 있는 공적인 공간들이 외면당하거나 회피당할 때 다가오는 어떤 것이라고 했다. ‘Begin Again’ 총학생회의 과제가 보인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살필 일이다. 반복되는 실패의 지점에서 사유의 혁명은 시작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지만, 다음엔 더 낫게 실패할 것이다.            

비단 총학생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곧 교수회 선거도 치러진다. 두 후보는 소수에 의해 강제되는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날 세워 비판하면서 공통적으로 교수 사회의 민주적이고 열린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박수로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교수회장 출마의 변이 이와 다른 적이 있었던가. 더 거슬러 총장 출마의 변이 이와 다른 적이 있었던가. 기대가 우려가 되는 반복 앞에서 유권자들은 투표함과 점점 멀어진다. 

학기는 종강하지만, 이번 겨울 방학은 학기 중보다도 더 치열한 논의의 장들이 펼쳐질 것 같다. 강사법 시행에 따른 학교의 플랜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그러하고, 종착역에 곧 다다른다고 공언하는 밀양-양산-장전동을 잇는 부산대 캠퍼스 문제가 그러하고, 잊을만하면 강의실 책상 위에 배포되는 금샘로 착공 문제도 그러하고, 거점 국립대, 지방대 육성사업 갖갖 명목으로 급작스럽게 살포되는 연구비의 투명성 재고도 그러하다.  

이번 겨울에는 이렇게 산적해 있는 학교 현안들을 올려놓고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이 투명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소란스럽고, 차이의 목소리들이 난무한 토론의 장이야말로 진정한 정치의 장이며, 이러한 난장은 우리 학교의 보다 성숙한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총학생회, 교수회, 학교본부에 진정 바란다. 부디 공론장이 끼리끼리 케이크를 나누는 공론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의 공감장을 확보한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

부대신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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