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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혼자 사는 무서움에 집중하는 호러 스릴러
  • 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
  • 승인 2018.12.09 08:23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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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주거비용의 부담을 안고 사는 비정규직 젊은 여성. 물가는 점점 뛰지만 절대로 오르지 않는 월급에 맞춰 점점 열악해지는 거주 환경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례하여 주거 공간 자체가 점차 커다란 공포로 다가오게 된다. 실제로 홀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상황을 영화는 조금 과장하여 플롯을 구성하였고, 영화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기시감으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영화 <도어락>은 이러한 현실을 투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 <슬립타이트> (2011)를 한국적으로 각색한 리메이크 영화인데, 가장 큰 차이점은 <슬립타이트>가 가해자 관점에서 서사를 끌고 간다면, <도어락>은 피해자 관점에서 서사를 이끈다는 것이다. 전자가 남자 주인공이 언제 체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다면, 후자는 누군지 모를 익명의 범죄자로 인해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여자 피해자의 공포가 서스펜스를 창출한다. 

이러한 스토리 라인으로 인해 영화는 개봉하기도 전에 관객의 우려를 낳았다. 어떻게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상황을 그리는지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영화는 피해자인 여성을 거친 상황에 도전하여 스스로 타개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냄으로써 추후 얼마나 많은 여성관객을 유인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성공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미쓰백>을 지키기 위해 여성관객들이 뒷심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말이다.   

은행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여자 경민(공효진 분)은 예민하고 깔끔하다. 혼자 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남자 옷과 신발을 집안에 널어놓고, 엘리베이터나 골목에서 마주치는 낯선 남자를 경계한다.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는지, 집안의 물건들 자리가 바뀌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자주 바꾼다. 이런 행동은 여느 보통 한국여자들에게는 익숙하다. 그러나 그녀가 점점 더 예민해지는 이유가 있다.  

한밤중에 도어락 열기를 시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은행 창구에서 상담하던 고객이 돌변하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특별한 단서가 없으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찰 입장에서는 예민한 경민이 귀찮은 대상일 뿐이다. 

언제나 잘릴 수 있는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신분의 불안정성과 마찬가지로, 안락해야 할 집이 감시 받는다는 기분에 휩싸여 편치 않고, 주위 남자들의 시선에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피곤하다. 돈, 직장, 주거, 데이트,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리거나 피해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기로 한다. 

이야기의 깊이나 크기가 거대하지는 않다. 집, 복도, 골목을 미로처럼 떠돌면서 어디에도 출구가 없는 세상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읽혀지는 가운데, 범인의 표적이 되고 있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범인과 맞서기로 결심한 그녀의 돌연한 결심에 동화된다.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경민이 탈출구 없이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느끼는 극도의 공포감은, 사회의 부조리와 장르적 언어가 서로 효과적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고립되거나 폐쇄된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나,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허위 슬로건을 가볍게 뿌리치는 여성들 간의 연대가 영화의 큰 장점이다.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비춰지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사회의 투명한 반영으로 보기 보다는 어떤 한 점을 극대화하여 영화적 흥미를 주려고 하는 장르영화라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남성은 여성의 불안감을, 여성은 남성의 억울함을 조금은 이해할 계기 또한 될 것이다. 영화는 이런 점에서 2018년 한국, 바로 여기를 확대하며, 설득력 있는 공포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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