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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대학에 갇히다
  • 추예은 기자
  • 승인 2018.12.09 05:15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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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특허권. 매년 대학에서 많은 특허가 등록되고 있지만 실제 기업에 이전되지 않거나 사업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학 자체적인 특허·기술가치평가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대학 특허관리의 문제와 원인을 짚어봤다. 

활용되지 않는 특허만 쌓여간다.

최근 몇 년간 대학의 특허 출원과 등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정부가 최근 국가연구개발(이하 R&D)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한 성과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올해 발간된 <우리나라 대학의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특허 출원은 19,876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9.6% 상승했다. 또한 특허 등록은 11,296건으로 연평균 5.5% 증가했다.

그러나 특허 대부분이 기업에 기술 이전 및 사업화되지 않고 있다. 특허청의 <기업 및 대학·공공연구소 특허 활용 현황>을 보면 작년을 기준으로 대학과 공공연구소에서 활용되지 않는 특허는 65.1%로 기업에 비해 3배 많다. 우리 학교 오진우(나노에너지공학) 교수는 “지난 10년 정도 연구가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상용화될 수 있는 특허보다 성과를 위한 특허만 출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활용되지 못하는 특허들이 많아질수록 대학의 재정 부담은 커진다. 직무발명의 경우 <발명진흥법> 제10조(직무발명) 제2항에 명시된 대로 대학이 소유권자가 된다. 이에 특허의 △출원 △등록 △유지 과정에서 연차료가 매년 오르면서 특허관리 비용이 든다. 하지만 대학이 몇 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열악해진 상황에서 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출원 특허의 16%가 특허 등록료를 내지 않아 소멸되기도 했다. 우리 학교 산학협력단 기술사업부 김윤환 팀장은 “등록된 특허 모두가 유지된다면 예산도 그만큼 늘어난다”라며 “이럴 경우 학생들의 등록금이 낭비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한다. 그런데 특허권 활용에 앞장서지 않고 있어 문제다. 특허정보진흥센터 정보화지원팀(서울지원) 김봉진 수석은 “대부분의 특허가 정부에게 지원받은 연구비로 만들어진다”라며 “특허가 국가 산업에 환원돼 경제적인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까다로운 가치평가, 전담인력 부족해

기술이전을 하기 전 특허·기술가치평가 과정을 거친다. 금액으로 산출된 특허의 가치를 두고 대학과 기업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술 특허의 경우 특성상 △유한성 △불확실성 △상품에서의 기술 기여도로 인해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의 자체적인 특허·기술가치평가는 기업으로부터 크게 신뢰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자체적인 특허·기술가치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 오진우 교수는 “결과적으로 기술이전이나 사업화된 특허가 좋은 것인데, 이것이 이뤄지기 전 특허의 가치를 판단하기 모호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특허·기술가치평가의 특성 때문에 대학 내 특허·기술가치평가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특허청의 <2017 지식재산활동실태조사> 결과, 지식재산 전담인력을 보유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비율은 94.5%였으나 이 가운데 지식재산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 보유 비율은 52.8%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지식재산 관리와 R&D 성과 심층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해 지식재산 전담 인력을 보유한 기관은 평균 4.7명의 인력으로, 대부분 특허의 △출원 △등록 △유지와 같은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단순히 인력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미흡하다. 특허·기술가치평가가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탓에 그만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김봉진 수석은 “대학에서 가치평가 인력을 대부분 연구나 사회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사람으로 채용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자체적인 특허·기술가치평가가 미흡하면서 대학의 특허권이 헐값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가치평가를 특허권을 출원한 교수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권칠승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국가 연구개발비로 특허 2,389건 중 1,066건(45%)이 개인 소유로 둔갑됐다. 이 중 국가로 환수하지 못한 경우가 138건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특허 발명자인 교수가 특허권을 자회사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부분 국가지원비를 통해 연구 및 발명이 이뤄지기에 특허권은 공공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허권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특허 활용으로 산학협력 선순환 가능하다

특허권을 잘 활용하면 대학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허권을 기업에 이전하면 기술이전료를 대학이 받게 된다. 이를 대학 연구비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부산대학교 지식재산권관리 및 기술사업화추진에 관한 규정 세부운영지침>에 명시된 대로 기술 특허를 이전하는 경우 발명자인 교수에게 50%, 연구소 등 부속기관에 20%가 배분된다. 김윤환 팀장은 “기술이전료가 연구비로 재투자되면 지속적인 산학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허와 기술이전은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라고 말했다.

특허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 내 전문인력을 충원해야한다. 또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경우 전담인력에 대한 추가 인력 수요와 관련해 그렇지 않은 기관보다 높은 비율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식재산 관리와 R&D 성과 심층보고서> 자료에 의하면 지식재산 전담인력이 1% 증가할 경우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경제적인 성과인 이전 성과가 1.2% 이상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인력 충원으로 대학 재정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추예은 기자  miin2030@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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