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기 전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곽태원 씨가 벽지에 도배용 풀을 바르고 있다
학생들이 천장에 벽지를 바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곧이어 장판과 벽지, 여러 공구를 실은 밴이 도착하자 짐을 나르는 학생들. 오늘 집을 수리하고자 모인 이들은 우리 학교 중앙동아리 ‘어썸(Awesome)’이다.

어썸이라는 이름에는 ‘하나(a)가 모여, 우리(we)가 되어, 어떤(some) 집이든 수리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이들은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 소속으로 부산 지역 12개 대학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는 부산연합집수리동아리다. 어떤 집이든 수리한다는 목표에 어울리게,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수리가 필요한 집은 노인 복지관이나 보건소, 자원봉사센터에서 소개받아 사전에 방문한 후 수혜가구로 선정한다.

이날은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께서 홀로 계시는 집에 모였다. “반갑습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둥글게 모여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어색했던 분위기는 함께 작업하는 동안 어느새 사라진다. “장판을 깔고 도배도 할 건데, 꽤 어려운 집이다”라며 이태강(기계공학 14) 회장이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듯 줄자로 벽 길이부터 재며 메모를 하기 시작한다. 

화장실에서는 여러 재료를 섞어 도배용 풀을 만들고, 복도에서는 기다란 벽지를 집 공간에 맞게 자르고 있다. 곽태원(동아대 건축공학 15) 씨는 만들어진 도배용 풀을 벽지와 *초배지에 골고루 바르고 있다. 그는 “전문지식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어렵지 않다”라며 붓을 쥔 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방 안으로 들어서니 장판을 깔고, 노랗게 변한 벽지를 칼로 떼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집 곳곳을 수리하는 이들은 서로가 하는 작업을 점검해준다. 각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깔끔해지는 집을 보며 더 뿌듯함을 느낀다.

새로 장판을 깔고, 길이에 맞춰 잘라 놓은 벽지를 붙이니 어느새 새집이 돼 있다. 노랗던 벽은 하얀 새 벽으로 바뀌었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여섯 시간이 흘렀다. 집주인인 A(해운대구, 57) 씨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집수리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흰 벽지를 붙여 놓으니 어두컴컴했던 벽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집이 달라졌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듯 그는 웃음을 보였다.  

어썸은 매달 2회 정도 부산 지역에 3~4가구를 수리하며, 매달 1회 전국 동아리와 연합 봉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함에 지난달 24일 부산시 자원봉사센터는 ‘한수원㈜과 함께하는 제4회 소통고리 대학생 자원봉사 공모대전 발표회’에서 이들에게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승현(심리학 17) 씨는 “도배와 장판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같이 봉사하면서 자연스레 방법을 배웠다”라며 “뿌듯하고 재밌어서 시간이 빨리 간다”라고 말했다. 곽태원 씨도 “작업이 힘들 때도 있지만 항상 마칠 때는 보람을 느낀다”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라고 했다. 

*초배지: 도배를 하기 전에 바르는 허름한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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