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영 편집국장

서글프다. 돈이 없으니 강사를 줄이고 뽑지 않겠다고 한다. 강사법 시행을 앞둔 일부 대학의 해법이다. 이들은 대형 강의 및 사이버 강의를 증설해 강좌 수를 줄이고자 한다. 강좌 수 감축뿐만 아니라 졸업학점 축소니, 전임교원 시수 몰아주기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국은 강사들이 강의를 맡지 않도록 하려 하는 것이다. 새로운 법 시행으로 추가 재정을 써야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강사를 대량해고하려는 것이 정당한 지 의문이다. 

강사들의 삶은 ‘비품’보다 못했다. 대학에서 연구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교원’이라는 지위를 얻을 수 없었다. 이 탓일까. 이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연구소에서, 강의실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은 이에 비례하지 않았다. 또한 고용 기간을 고작 한 학기 동안만 보장받았다. 언제든 잘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불만을 가지더라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러한 현실과 싸우고자 했다. ‘절박함’이 이들을 싸움터로 부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첫 강사법이 발의된 지 7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내용을 보면 교원 지위를 회복했고 임용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보다 나은 교육, 연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방학 때 월급도 지급받을 수 있다. 강사들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상식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돈이 없다는 사실을 과장까지 하고 있으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강사법이 시행되더라도 대학의 재정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대학들은 방학 중 임금 지급으로 인해 재정 지출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대학 전체 예산 가운데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3% 수준에 불과하다. 애초 강사료가 낮아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학교 전체 수입 대비 0.7~1.5%만 추가 부담하게 된다. 심지어 정부가 지원도 한다. 현재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위한 예산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황이다. 대학이 부담해야할 임금이 오히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임금 수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대학과 강사 간의 계약을 통해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자기 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대학을 망치고 있다. 강좌 수를 줄이고, 교수에게 시수를 몰아주는 등 고작 돈 몇 푼 아끼려고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해 학생과 교수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하다. 오로지 비용 대비 수익 계산만 하고 있다. 기업화된 대학에겐 ‘연구’도 ‘교육’도 아닌 ‘돈’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저지르는 짓이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폭력’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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