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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가 좌초하고 있다

다소 도발적이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급감하는 인구, 그나마도 모두 서울로만 달려가고, 세계로 비상하기는커녕 90년대 이후 국내에서조차도 갈수록 낙폭이 커지며 추락하고 있는 부산대의 위상. 그렇다. 침몰해서 죽진 않더라도 가속되는 무한경쟁시대에 좌초한 채 그 배 안에 남아 굶어 죽게 될 것이다. 점점 얕아지는 수심과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바닷물만 탓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이것은 그렇게까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벌써 십 수년째 온 나라에 경고방송이 돌고 수십억을 써가며 컨설팅을 받고 학교 전체 공청회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앉은자리에서 꼼짝하려 하지 않는다. 절대로 자기 때엔 죽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버티면서, 자기가 떠난 뒤에 학교가 좌초된 채 굶어 죽거나 말거나는 관심 밖이다. 지역거점 국립대기 때문에 진짜로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만 팽배하다. 역설적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국립대의 주인임을 그렇게 주장해 온 교수들의 생각이 그렇다. 굳이 책임의 순서를 따지자면 학교에 온 지 꽤 되는 정교수들의 책임이 가장 크고, 총장과 본부의 원칙도 철학도 없는 포퓰리즘도 그렇다. 딱한 것은 학생들이다. 부산대라는 간판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기대로, 교수들이 만들어 놓은 구도의 무한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금년에도 지역인재 운운하며 신입생을 받는다. 바로 옆에 야심차게 성장하고 있는 울산과기대, 포항공대와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는데도, 부경대보다는 낫다는 자조감에 기댄 채 말이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모두 단 한 곳 물길 닿는 곳으로 달려들어 난파선이 속출하고 있는 양극화돼가는 서열화의 급류 속에서, 언제까지나 남 탓만 하는 것은 스스로 돕는 자의 모습이 아니다. ‘대학이란 무엇인가’의 원론적 첫 질문으로 돌아가기를 감히 제안한다. 이미 상아탑은커녕, 거의 예외 없이 취직기관이나 사회서열화의 도구로만 전락해버린 이 나라의 대학들과의 틀에 박힌 경쟁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한다. 심지어 벗어나기만 하면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낡은 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고유의 대장정, 새로운 이정표와 새로운 장비를 챙겨서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높은 산에 오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획일적이고도 무탈한 입학전형에서 벗어나 다양하고도 차별된 인재선발 방식, 도토리 키 재기의 의미 없는 학점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상대평가의 폐지, 정작 학부를 졸업하고도 무엇을 전공했는지 정체성도 불분명한 학업에서 벗어나 입학보다 졸업을 의미 있게 하는 일, 지역출신에게 파격적인 등록금으로 우대하고 지역산업체의 일정 일자리를 확보하는 산학연계, 100개가 넘는 학과들의 통폐합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잠자고 있는 흥미와 열정을 발굴하고 깨워내야 할 모든 변신.

좌초해가는 배 안에서 여전히 제1의 국립대 운운하며 자존감 지키기에만 급급한 구태는 도대체 언제쯤 탈피할 것인가?앞으로 30년 뒤, 부산대학교 100주년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은, 특히 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하는 교수들에게 달렸다. 좌초해가는 부산대를 바라보는 마음만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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