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시장 (부산 부산진구)
  지난달 28일과 29일에 방문한 부전시장 앞은 버스와 택시, 자가용과 과일을 담은 트럭이 매우 엉켜 있었다. 이 와중에 횡단보도 신호등까지 꺼져 있어 보행자들은 차량 경적 소리를 들으며 조심히 다녀야 했다. 시장 주변에 몇몇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도로변과 횡단보도 위에 주차한 차량이 즐비했다. 시장 상인 김명희(부산진구, 59) 씨는 “상인이 주차장 대부분을 이용하고 있어 시장 이용객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라며 “도로 주변도 과일을 파는 차들이 장시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로를 점령한 노점상과 가판대로 보행로는 더욱더 좁아졌다. 때문에 이용객들은 차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노란 경계선으로 가판대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A(부산진구, 43) 씨는 “노점상들로 인도가 좁아져 차도로 나와 걷고 있다”라며 “시장 상인들이 지킬 건 지키면서 장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요구했다.
구포시장 (부산 북구)
  지난달 29일 찾은 구포시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자가용, 택시, 버스 너나 할 것 없이 경적을 울려댔다. 앞 차량이 일행을 태우느라 멈춰 있어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시행되어 일반 차량 도로가 좁아진 이후로 교통은 더 혼잡해졌다. 심지어 횡단보도 위에 차량이 늘어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계속되는 정체에 시장 이용객들은 차량 사이사이로  무단 횡단을 일삼았다. 구포시장 입구 부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종호(북구, 57) 씨는 “버스 정류장이 도로 중간에 오면서 보행하기 더 위험해졌다”라고 말했다.
  시장 내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시장 내부 보행로를 확보하고자 만든 노란색 경계선은 무용지물이었다. 상인들의 물품 진열대에 가려지거나 지워져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사이로 오토바이가 지나기도 해 보행자들은 늘 조심해야 했다. 엑셀을 조금씩 밟아가며 보행자들을 피해 가는 오토바이는 위험해 보였다. 정다정(북구, 54) 씨는 “시장 안에 오토바이가 다녀 짜증났다”라며 “인도에서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달려 위험하다“라고 전했다.


   부산광역시 전통 재래시장은 시장 이용객이 보행하기 위험하다. 주 이용객이 고령자인 만큼 이들에게 일어난 보행 사고는 생명에 치명적이다.

좁은 공간에 사람은 많다

전통 재래시장을 통행할 때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용객이 많다. 다수의 사람으로 혼잡할뿐더러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8월부터 1년 동안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전통 재래시장 관련한 민원을 조사한 결과 전체 1,203건 중에서 ‘주차 및 도로 이용 불편’이 258건(21.4%)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은진 연구위원은 “시장은 도시가 형성되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라며 “가게 간 거리가 적당하지 않거나 교통수단을 위한 시설이 구비되지 못한 곳이 많다”라고 전했다.

불편을 넘어 사고까지

주차공간이 부족한 탓에 시장 이용객들은 보행사고를 겪을 수 있다. 전통시장은 주차장을 늘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일부 상인과 이용객들은 도로변에 불법 주차를 일삼는다. 이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가 도로변에 차들로 가려져 차량 사이에서 나오는 보행자와 차체가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장택영 연구원은 “공영주차장이 있어도 도로변에 불법으로 정차하고 장사하는 상인들이 많다”라며 “이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가 사고를 대비할 수 없도록 만든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주차공간이 부족해 도로변 주차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시장도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보행사고를 방치하는 행태다. 2017년 부산광역시에는 △금사시장 △부평깡통시장 △연산시장 등 10곳에서 도로변 주차를 상시로 허용했다.

가판대나 노점상이 보행로를 침범하는 경우도 보행사고가 일어난다. 시장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일부 상인들은 도보 위로 가판대를 놓기도 한다. 때문에 이용객들이 도보 대신 차로로 걷는 상황을 초래한다. 더구나 상인들이 내놓은 입간판이나 적치물에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난다. 입간판이나 적치물을 도로에 내놓으려면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로법> 제61조에 따라 도로관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상인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도까지 가판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단속을 하면 그때만 시정된다”라며 “상인들의 생계와 직결되다 보니 강력히 규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전통 재래시장 특성상 고령 이용객이 많은데, 이들은 인지 속도와 걸음이 느려 보행사고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자사에 접수된 횡단보도 교통사고 59,667건을 조사한 결과, 고령자(65세 이상)가 당한 교통사고 중 재래시장 주변 횡단보도에서 절반 이상(52.6%)이 발생했다. 특히 부산광역시 부전시장은 전국에서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가장 빈번한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은진 연구위원은 “전통 재래시장에 고령 이용객을 위한 보행 환경이 마련되는 게 시급하다”라고 요구했다.

방치할 수는 없다

전통 재래시장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자 규제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상인들이 그 자리에서 장사해왔고, 이들의 생계와 밀접하게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장기적으로 전통 재래시장이 운영되려면 시장 인근에 보행 불편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전통 재래시장 인근에서 사고가 잦지만 단속이 쉽지 않아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전통 재래시장 인근에서 일어나는 고령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통 재래시장 인근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의 신호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걸음 속도가 느린 고령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통행하는 차량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은진 연구원은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이 재래시장 인근에서 속도를 제한해 고령자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용객이 많은 길에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상인이 내놓은 물건들로 좁아진 도로
불법 주차한 차들로 혼잡한 도로. 여기서 이용객들이 위험하게 지나고 있다.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만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상인들이 전원을 꺼놓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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