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화장품 매장에 온 것 같은 성인용품점의 내부 모습. 판넬에는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개인 방송인이 콘돔 끼우는 방법을 시범 보인다

 

‘올바른 자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효원 씨는 성(性)에 관해 호기심이 많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물어보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성 콘텐츠 영상들이 나오면서,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거기서 배운 방법들을 실제로 해보고자 성인용품점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제 그에게‘성’은 숨기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최근 온라인 개인방송에서 성 콘텐츠가 저력을 보인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유익한 성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수 플랫폼에서 다양한 주제와 방법으로 성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피임법 및 피임기구 사용법 △젠더 상식 △성 고민 상담 등의 내용부터 △성관계 체위 △올바른 자위행위 방법을 설명하는 등 소재가 여럿 있다.

성인용품점도 대중화되는 추세다. 이들은 점차 핵심 상권에 자리하며, 수도권뿐 아니라 서면·해운대 등 부산 번화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패션 매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인테리어와 예쁜 디자인으로, 과거 퇴폐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유입한다. 실제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성인용품 매장은 매년 25% 이상 증가했다.

양지로 어떻게 나왔나

국내 성 콘텐츠는 20·30대 성 의식이 개방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20·30대가 적극적인 소비층으로 나타난 것이다. 개인주의와 1인 가구 확산 등의 사회적 변화가 청년층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결과다. 성을 보수적으로 보는 관념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영역으로 존중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성을 다루고 즐기는 모습이 다양해진 것이다. 김종갑(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성이 가족 구성과 직결됐다면 요즘에는 관계에서 얻는 성적 욕구와 개인 스스로 채우는 성적 욕구가 분리돼 나타난다’며 ‘개인적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성 콘텐츠가 대중화된 데에는 대중매체가 앞서 이를 다룬 영향도 크다. JTBC <마녀사냥>을 기점으로 tvN <SNL 코리아>, KBS Joy <연애의 참견>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솔직함’을 내세워 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SNS 및 개인방송에서도 성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반 대중이 단순 수용자에서 벗어나 생산자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성 상담사 ‘치아’ 씨는 “사회적 개방성과 더불어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보편화가 궁극적인 원인”이라며 “때문에 관련 미디어 영상이 등장하고 성인용품점이 데이트 코스로 유행된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해진 몸과 정신

성 콘텐츠 대중화는 성 편견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에선 성적인 이야기를 하기 꺼려했으며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폐쇄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성 의식을 양산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성인용품의 경우 2014년까지 법률상 음란물로 간주해 상용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성에 관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성 지식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미디어를 통해 성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정임(광운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논문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성 콘텐츠 노출과 성태도>에서 ‘학교에서의 성교육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건전한 성교육 콘텐츠를 남녀, 연령, 성행위 경험 여부에 따라 차별화하여 제공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지식을 쌓는 것뿐 아니라 성인용품 사용으로 건강한 성생활도 가능케 됐다. 성인용품은 단순히 성적 쾌락을 주는 것 외에도 불감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성인용품 브랜드 D사 관계자는 “성인용품을 잘 활용하면 즐거운 성생활과 성 기능 개선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성 전용 성인용품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과거 여성이 성에 있어 즐거움을 찾는 것이 금기시되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편견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전용 성인용품은 억압받던 여성의 욕구를 해소한다. 성인용품 총판 도쿄통상 박윤성 대표는 “많은 여성이 사회적 분위기와 임신에 대한 걱정 등으로 성관계를 망설인다”라며 “성 콘텐츠가 개방될 수록, 성생활에 있어 여성의 주체성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바람직한 방향은?

하지만 성 콘텐츠를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외설성이 짙은 사례 탓에 성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성인용품의 경우, 신체를 자극적으로 왜곡하거나 성범죄를 의도케 하는 상품이 출시돼 논란이 있었다. 미디어 콘텐츠도 예외는 아니다. 성매매나 불법업소 이용 후기를 설파하는 내용으로 방송하는 등 선정성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일부의 사례임에도 대중에게 미친 파급력은 상당했다. 성 상담사 ‘치아’ 씨는 “성 콘텐츠는 올바르고 건강한 지식을 담고 있다는 전제에서 가치를 지닌다”라며 “성 의식이 왜곡되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조작된 것일 땐 우리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성 콘텐츠가 양지화되는 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성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성에 대해 무지하므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면 자연스레 성 의식도 그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최정임 교수는 ‘청소년기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민감한 시기’라며 ‘부적절한 성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면 성을 쾌락과 성관계 자체가 목적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차단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청소년들이 성 호기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박윤성 대표는 “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청소년도 성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라며 “성인은 되지만 청소년은 안 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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