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푸른 바다의/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청년이 아니지” 지난달 28일 언어교육원 201호에서 시 읊는 목소리가 낭랑히 울려 퍼졌다. 이날 열린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강연에서 정호승 시인은 시구절을 통해 이십대 청춘들에게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호승 시인이 청년들을 위해서 쓴 <고래를 위하여>라는 시에서 ‘고래’는 20대의 꿈과 목표라는 은유다. 청춘이라는 푸른 바다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꿈과 목표라는 고래가 살아야 한다. 지금 학생들에게는 ‘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뒤, 20년 뒤의 자신이 무엇이 돼 있을지 항상 생각하라”라고 조언했다. 

목표는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목수가 대패질을 하기 위해 대팻날을 갈고,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이십대는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준비기간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맛보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미 없는 고통은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통은 그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게 된다. 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는 모두가 자신의 고통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는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시 구절을 읽으며 사랑과 고통이 하나임을 설명했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을 인내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라는 故 박완서 소설가의 말처럼 말이다. 인생에서 때로는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것보다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롭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OECD 국가 가운데 청년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시 <굴비에게>는 이러한 연유로 고통받는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 속 ‘굴비’와 같은 청년들이 ‘강한 바닷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맡긴 채/꾸덕꾸덕 말라가는 청춘을 견디기 힘들지라도’ ‘별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구절인 ‘내 너를 굳이 천일염에 정성껏 절인 까닭을 알겠느냐’를 힘줘 읽으며, “여러분들은 지금 천일염에 절여지는 과정이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견뎌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호승 시인은 청년들에게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임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현시대에서 하나의 방향만 생각하기보다 여러 삶의 방향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시간이 많은 청년세대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여러분의 인생에서는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강연은 젊은 청춘들의 고민과 상처를 시문학으로 어루만져줬다. 우리 학교 재학생 최영인 씨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감수성이 돋보이는 시 구절로 희망을 전하는 강연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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