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정치외교학 18)

수업 시간에 질문하지 않는 학생. 10대 시절, 바르게 앉아만 있어도 나는 모범생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항상 날 답답하게 생각했다. 기자를 하겠다는 애가 주변에 왜 그렇게 관심이 없냐고. 아는 걸 물어봐도 평소 나는 남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지 못했다. 무엇이든 깊은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그런가 보다. 그런 게 있나 보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수많은 일에 관심을 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김없이 별생각 없던 하루, <부대신문> 포스터가 나에게 물었다. ‘한발 앞서 진실을 봅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매력 있는 질문은 마음을 움직였다. 진실을 본다니, 나도 한발 앞서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함께하기엔 능력이 부족했다. 원하는 부서에 온 후, 변변한 기획부터 짜고 싶었지만 적당한 소재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몇 주가 지나 점점 기획을 만드는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작아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소재를 넘어,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생각해내기 어려웠다. 이처럼 기획에 자신이 없던 나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묻지도 않았다. 들리는 조언대로 기획을 수정했고, 내 생각이 펼쳐질 자리는 점점 잃어갔다. 이는 주변에 소홀했던 내 탓이다. 자신에게든 남에게든 어떤 것이라도 더 집요하게 물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어정쩡한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때부터 나는 무조건 물어야 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전화하며 수많은 질문을 했다. 처음엔 생소하고 어려운 걸 어떻게 질문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남보다 어리석었기에 더 많이 자세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취재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고, 질문하는 건 이제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해졌다. 그동안 몰랐고, 소홀히 했던 것을 직접 보고 들으며 알아가는 것이 나름 즐거웠다. 그렇게 몇 달간 기사를 써내다 나는 한 독자로부터 기사가 ‘유익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궁금해서 던진 질문에 독자 또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기자가 하는 질문은 결국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었다. 주변 일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던 김민성 부수습기자는 여태껏 기획서에서 스스로와 독자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낙수를 앞두고 삶에 질문을 던져야 할 이유를 찾은 나는 ‘친절한 기자’가 되고 싶다. 독자가 알고 싶은 것에 관심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더 고민하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매력 있는 질문이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처럼.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감이 오고 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