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언어정보학 18)

수습 딱지를 떼고 나서부터 신문 발행을 준비하는 주 토요일이면 항상 밤을 새웠다. 예외는 없다. 낙수를 쓰고 있는 지금도 어김없이 밤을 새우고 있다. 강렬하게 찾아오는 잠을 애써 무시한다. 그러다 문뜩 의문이 든다. ‘나는 왜 지금 이러고 있을까’. 

내가 <부대신문>에 들어온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기자가 무엇인지, 신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수습기자와 부수습 기자를 거쳐 정기자가 되려고 하는 지금 그때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린다. <부대신문>은 어떤 곳이며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정기자들은 애써 준비한 기획이 엎어지더라도 금방 다른 소재를 찾는다. 기분은 안 좋을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 데스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제외하곤 그들이 만족할 때까지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매년 20회 발행. 매주 12면의 신문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수업과 병행하며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이곳의 생활이 힘들다면 그만두면 된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나갈 사람은 이미 다 나가버렸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대답보다 이들이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더 끌린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항상 자신의 한계와 마주쳐야 하는 환경 속에서 계속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계속 남아있는 것인가. 처음 발행에 투입됐을 때 나는 유난히 실수가 잦았다. 예상과 달리 어떤 것도 쉽게 되지 않았다. 한 단락짜리 짧은 기사였지만 필요한 정보를 취재원에게 충분히 묻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만 할 뿐이었다. 발행된 신문에서 내 부족한 점이 쉴 새 없이 발견될 때 아쉬워한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하며 자책하고 곱씹는다. 맡는 기사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내용도 복잡해지면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분한 마음이 앞섰다. 내 능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형편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내가 쓴 기사를 보며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기사 문장 하나하나에 그 주의 노력이 겹쳐 보여서다. 이곳에서 한 주를 지내다 보면 내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 기사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기자가 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신문이 뭐고 기자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 기사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몇 가지 더 생긴 것이다. 해가 뜨고 있다. 이번 주도 내가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확인하며 마지막 기사를 마감한다. 나는 아직 <부대신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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