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정보컴퓨터공학) 교수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마음이 바쁘다. 새로 뚫린 터널로 진입하는 좌회전 신호가 유난히 짧다. 직진으로 진행하는 신호가 긴 것을 보고 그 도로로 진입하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 재빨리 좌회전 1차선에서 나와 둘러갈 지선으로 들어섰다. 예상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게 얽힌 도로 사정과 아침 출근길 차량으로 움직이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길었다. 호기심이 낭패를 불렀다. 

호기심은 동물이나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원정, 탐사, 교육 등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행동들의 원인이 되는 감정이다. 구글(Google)에 언급되는 ‘호기심’ 자료의 양, 9천3백여 건은 사람들의 주관심사 중 하나인 ‘사랑’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Google Scholar에 나타나는 연구문헌의 검색정도를 보면 ‘학습’보다 훨씬 많은 거의 백만 건에 이른다. 호기심이 일반적인 관심사는 물론이고 연구적 주제로서도 주된 관심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에 우리 사회 전반에 AI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AI에 대한 우려는 심할 정도이다. 그 우려는 산업혁명에서 경험했던 일자리 문제로 귀착한다. 산업혁명시절 기계화에 의해 대체되었던 기능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특정 업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일자리의 40여 퍼센트가 AI로 대체될 고위험군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2030년이 되면 의사 일의 70%를 AI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발표들은 우리를 매우 당황스럽게 한다. “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나?” AI도 의사의 일을 하지만 자동화 위험이 가장 낮은 직업에 전문의사가 포함되어 있다. 같은 분야일지라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에 하나이다. 이런 시기에 필요한 인간의 주요 능력으로 ‘대체 불가능한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언급한다. 그중에 ‘호기심’이 AI와 차별화된 것으로 대체 불가능한 능력이 될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인류의 많은 창의적인 결과물과 지식들은 호기심에서 나왔다. 

AI와 차별되는 능력으로 생각했던 ‘호기심’세계에 AI가 침입하였다. 2017년 UC Berkeley 연구팀은, 게임에서 특별한 보상 없이도 시도하는 게이머의 행위를 반영하는, 호기심 기반 강화학습 방법으로 훨씬 나은 게임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팀은 올해도 개선된 연구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직 그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지만 모르지만 상당부분 그 영역을 넘겨주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AI와 차별화되는 분야로 본능적인 것들을 가장 많이 언급한다. 본능적인 일들은 매우 사소한 것들이 많다. 일상에서 문득 문득 새로운 것들이 생각나는 것. 아주 짧은 순간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할 일 없이 멍한 상태에서 해결법을 찾는 것.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떠오르는 생각들. 충분한 휴식 뒤에 오는 해결법. 아직 침범당하지 않은 영역이다. AI가 투자하기엔 너무 사소한 것들이거나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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