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의 ‘골든아워’로 알려진 1시간. 60분 이내에 의료진의 칼끝에서 이들의 삶과 죽음이 갈린다. 하지만 이는 생명의 신호에 불을 붙여보기도 전에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외과 응급실에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이거나, 대기시간이 길어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7년 전, 이들의 마지막 보루로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되기 시작했다. 이곳의 의료진은 다른 응급실에서 옮겨진 벼랑 끝 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끝으로 내몰린 환자들처럼, 이곳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듯 보인다.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은 중증환자를 데려오기 위해 헬기에 탑승한다. 한시라도 빨리 몸을 실어야 하지만, 어째 의료진의 손은 통 전화기만 붙들고 있다. 소방대원에 헬기를 불러 달라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상황을 호소한 후에야 헬기가 도착한다. 하지만 탑승하려는  발목을 붙잡는 것이 또 있다. 부상이나 사망할 경우, 국가에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각서이다. 이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각서를 작성하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려 하는데, 이번에는 무전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는 의료진이 소통에 꼭 필요하다며 7년을 꼬박 요구해온 것이다. 주변 상황 하나하나가 맞물리지 않는 동안, 시계의 톱니바퀴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매번 고난과 역경 끝에 환자를 살려내는 영웅의 ‘활약상’ 후에 권역외상센터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아닌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비슷한 상황은 매일 곳곳에서 발생하는데, 척박한 의료 환경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는 한결같았지만 끝내 변화는 체감할 수 없었다. 여전히 권역외상센터로 환자가 도착하는 데 8시간이 걸리고,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구역은 극히 제한돼있다. 이 때문에 제때 치료받으면 살 수 있었던 외상환자는 열 명 중 세 명으로, 일본의 세 배에 달한다. 그래서 이국종 교수는 메스를 내려놓고 언론과 국정감사에 등장해 목소리 내야 했다. 치료에 전념할 귀중한 시간을 뒤로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국민의 영웅’으로 나설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태도는 필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또한 그는 이러한 자세로 누군가가 포기한 환자를 구해내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를, 사회의 시스템이 거부하고 있다. 개인의 의지가 꺾이며 그 영향력이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국종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그에게만 그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간 의료진들은 말도 안 되는 의료 체계를 온몸으로 지탱해왔다. 인건비가 지원된다 해도, 체력을 다한 이들과 함께 전선에 뛰어들 사람이 있을지 미지수다. 그사이 점점 우리가 맞닥뜨릴 수도 있는 골든아워도 함께 짧아지고 있다. 더 이상은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시간을 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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