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부대문학상
[56회 부대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 양영란(노어노문학) 교수 / 이순욱(국어교육) 교수
  • 승인 2018.11.18 06:36
  • 호수 1573
  • 댓글 0

무더운 여름을 간신히 살아냈는가 했더니 어느새 겨울 찬바람이 코끝에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부대문학상 시부문 심사를 의뢰 받고 설레임과 동시에 의아함이 일어난다. 돈이 되지 않는 인문학은 식어버린 찬밥보다 도외시 되는 이 차가운 시대에, 시를 쓰는 학생들이라... 부대신문 편집국장이 가져다 준 185편의 묵직한 시 묶음을 보고서도 쉬이 의심이 거두어지지 않는다. 한명 한명의 마음이 담긴 시를 마음으로 읽어낸다. 의심은 공감이 되고, 환호가 되고 눈물이 되었다. 시 한편 한편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버린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시 창작에 대한 고뇌를, 자신을 향한 응원을 함께 할 수 있어 더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먼저 <새벽 버스>를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새벽’이라는 시간, 정류장에 서 있는 서정적 자아는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비현실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피곤한 현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버스에 탄 사람들에 대한 묘사 속에 꿈에서 현실로 환승해야 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구체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분주한 일상의 지침, 미래에 대한 불안, 고단함이 묻어있는 구체적인 사물들, 어디에서 튀어 오를지 모르는 덜컹거리는 인생의 불확실한 도로, 그럼에도 이러한 불확실한 삶을 수용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서정적 자아의 꿈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수작(秀作)이다. 

이와 더불어 동일한 시인의 시 <할머니>에 대한 감동 또한 공유하기를 원한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 시에서 할머니는 이중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뭉툭하게 닳은 손톱, 까만 검버섯, 청테이프가 감긴 지지직거리는 라디오, 환복, 약냄새, 빈 창문을 통해 점점 약해져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할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염려가 드러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모습은 고운 눈썹으로, 짙은 동백향으로, 손주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땅콩과 잣으로, 벚꽃 내음으로 가득하다. 손으로 만져지는 사물들과 향기로 전해지는 비사물들이 따뜻한 조화를 이루어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잔함을 전달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의 경험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상과의 건강한 이별, 상처의 치유, 추억으로의 전환이 읽는 독자에게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초롱-아귀>를 가작으로 추천한다. 심해에 서식하며 머리에 붙은 발광체를 보고 온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어야 자신의 생명이 유지되는 초롱 아귀의 삶처럼, 시 속에서 서정적 자아의 처연한 존재론적 고민이 드러난다. 빛이 들지 않는 막막한 터널 속에서도, 터널의 끝에 다다라 빛으로 나온 그 순간에도 서정적 자아의 삶에 대한 고뇌는 안타깝게도 해결되지 않는다. 어디론가 끊임없이 달려가, 어떤 목적지에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고 등 떠미는 ‘지금’을 살아야하는 청년들의 비애가 느껴지는 이 시에는, 지치면 쉬어가라고, 힘들면 주저앉아도 된다는 역설적인 위로가 담겨있는 것 같다. 

185편의 시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직도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이 삶의 목적이 되고 있는 당신들이 있어 참 감사하다. 소중한 시들 가운데 당선작과 가작, 두 편만을 추천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이지만 어느 가을 밤, 읽고 또 읽었던 시들은 스쳐지나가는 가을에 대한 따뜻한 애도가 된 듯하다.

양영란(노어노문학) 교수 / 이순욱(국어교육) 교수

양영란(노어노문학) 교수 / 이순욱(국어교육) 교수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영란(노어노문학) 교수 / 이순욱(국어교육)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