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여 년 전, 영국 신문 타임즈는 간호사 나이팅게일과 함께 크림전쟁의 실상을 폭로하였습니다. 영국 내각은 이 사실을 반박하며 은폐하다 결국 내각 총사퇴를 맞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의미가 너무나 크다고 생각되어, 당시 자료를 찾아 이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책 ‘딜레인의 전쟁(Delane’s War)’을 ‘펜의 힘’으로 번역해 올해 출간했습니다. 책은 1974년 8월 미국 대통령 닉슨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한 특별검사의 보고서에 나오는 다음의 말로 시작됩니다. “공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않고, 시민들이 이들을 감시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존속되지 않는다는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명제로부터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1954년 11월 25일 창간된 이래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추구하며 부산대의 역사와 학생들의 삶을 기록해온 <부대신문> 창간 64주년을 효원가족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0여 명의 학생기자들이 학업과 기자 활동을 병행하면서 매주 12면, 연간 20회의 신문을 6000부씩 발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업난에 따른 스펙 관리와 학점 경쟁이 치열한 팍팍한 대학 생활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사명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뉴스의 신뢰성과 정기적인 발행을 지켜내며 64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부대신문> 기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부대신문>은 견제와 비판을 통해 시대정신을 대변했고 학술 담론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면서 대학문화를 대표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캠퍼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대학생의 진로와 취업 고민 등 학내 소식뿐만 아니라 지역 현안을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대학교육에 필요한 정책 제시까지 공론의 장으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손안에 강력한 미디어를 가진 ‘디지털 격변기’입니다. 종이신문 산업은 기성 언론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각종 SNS로 확대되는 소통 방식의 변화는 <부대신문>이 새로운 대학 언론의 길을 지속하기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래서인지 <부대신문>이 온라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실시간 뉴스를 전파하고 있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특히 지난해 신설한 디지털팀은 영상뉴스와 카드뉴스를 활용하여 뉴스의 가독성과 접근성을 높였고,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독자를 유입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혁신을 통해 새롭게 발전해 나가고, 특성화와 글로벌화를 통해 더 큰 경쟁력을 키워나갑니다. <부대신문>이 앞으로도 대학 언론의 소임을 다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교육을 함께 선도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대학 정론 추구와 건강한 대학문화 창출로 앞으로도 대학의 자율화와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독자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는 매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펜의 힘’에서 언급된 ‘기본적인 명제’와 같이,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않은 권력을 철저히 감시한 건강한 시민의 힘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 역사적 책무를 착실히 수행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창간 64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부산대학교 총장 전 호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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