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휴일이었다.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놀기 딱 좋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날은 학교에 가야 했다. 총학생회장 해임이라는 뉴스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사에 도착해 기자를 취재 현장에 보내놓고 컴퓨터를 켰다. 마침 인터넷서 중계방송을 해 그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논란의 대상자인 총학생회장이 나타났다. 표정을 보니 그 역시도 억지로 집을 나온 듯했다. 시험 기간 중 재미난 볼거리라고 소문나면서 방송 시작 당시 적었던 시청자 수는 점차 늘어났다. 이 기간엔 벽만 봐도 재밌지만 분명 학생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대의원들이 투표를 시작했다. 이내 총학생회장의 해임이 결정되자 실시간으로 바라보던 학생들은 경축했다.

그러나 필자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처음 본 광경이라 생경해서 그랬을지도, 당장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 있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뭐가 됐든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어릴 적 봤던 동화에선 주인공이 악당을 처단하면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여생을 행복하게 즐긴다. 그러나 아직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기엔 이른 것 같았다. 겨우 우리 손으로 뽑은 자를 우리 손으로 몰아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꽤나 악랄했다. 학생들을 위하겠다는 모호한 외침. 물품 대여니, 취업 지원을 한다느니 학생회장이 되겠다며 내세운 것인지 의문인 공약들. 당선된 후에는 어땠는가. 회의가 무산되면 무산되는 대로 넘어갔다. 그 회의에서 회칙이 개정돼야 하는데도 말이다. 전체 인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해도 회칙 상 문제없다며 그냥 회의를 진행해버리기도 했다. 참으로 하찮았다. 학생들이 본인들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용기를 걸고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그들은 느긋했다. 사안이 민감하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중한 이들이 본인들 커뮤니티 계정 관리는 잘하지 못했다. 마이피누에 본인들을 옹호하고 학생들을 비방하는 글을 익명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룬 것은 없다. 그들이 출마 당시 외쳤던 구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오히려 총학의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총학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때문에 지금 상황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어찌 됐든 누군가가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총학을 없앨 순 없으니 말이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학생회 선거가 시작된다. 차기 학생회는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도부터 되찾아야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며 때론 비판해야 한다. 11월. 아직 봄이 오긴 이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대비를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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