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나는 대학 합격통지서 두 장을 받고 생애 가장 큰 고민을 했다. 소위 두 학교가 입결은 비슷했지만, 무언가 큰 차이가 느껴졌다. 하나는 서울, 하나는 부산에 있어서였다. 이를 보고 주위 사람들 열에서 아홉은 서울로 가라고 했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그 외 인맥, 교육, 취업 모든 면에서 더 낫다고. 그럼에도 결국 나는 부산에 오는 것을 택했다. 부산이 뭐 어때서. 

그런데 지금은 그 선택에 후회감이 든다. 서울은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모든 게 있었다. 단지 친구와 서울에 놀러갔을 때 느꼈던 신기함만이 다가 아니었다.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라던가, 문화생활 면에서 한 번씩 서울에 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다닌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감정이 든 걸 보면, 졸업하면 당연히 서울로 뜨지 않을까.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남들처럼 나도 살아야 하니까.

서울에 가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 정말 서울에 가길 원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흔쾌히 그렇다고 말하지 못한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이곳에서 앞으로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단지 현실 탓에 떠나야 하는 것뿐이다. <KNN>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산·울산·경남 지역민들도 대부분 나와 마찬가지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발전 격차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일자리 등에서. 

뉴스에서는 여러 정치인이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자 지방분권을 주장하고 있다. 알고 보니 10년 넘게 했다고 한다. 지금 정부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내는 등 지방분권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획 소재를 찾기 전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앞서 말한 설문조사에서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아는 이는 매우 적었다. 무려 78.8%나 몰랐다. 수도권과의 격차를 절감하고 있다면 이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잘 알려고 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결과는 참 모순적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서울에 모든 것이 몰려있는 탓도 있어 보인다. 정치, 경제, 행정 등 서울은 없는 게 없다. 이 때문에 서울로 가는 방법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쌓여온 많은 인력과 그로부터 뻗어진 인프라가 한두 번에 지방으로 분산되는 게 짧은 시간 내에 뚝딱 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는 지방으로 하여금 악순환이 반복돼버리게 만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사실 당연히 서울이라서가 아니라 ‘왜 지방은 서울처럼 될 수 없는 걸까’라고 생각이 돼야 할 것이다. 서울과 동등한 지역으로서 자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권력을 해소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성장,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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