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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을 바랐을 뿐
  • 곽령은 기자
  • 승인 2018.11.11 06:56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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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 이처럼 그냥 한 말에, 별생각 없는 눈길에 누군가는 피를 철철 흘린다. 지적장애인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장애를 가졌는데 애를 어떻게 키우지?’라고 묻는 것처럼. 영화 <식구>는 소외 계층의 암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기 부모와 딸, 단란한 가족을 꾸린 순식네가 있다. 이들은 매일 마주 보고 저녁을 먹고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순식네를 삐뚤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주위 이웃들이 딸 순영(고나희 분)을 보고 ‘애를 어떻게 키우려나 몰라’, ‘바보들 사이에서 어떻게 멀쩡한 게 나왔대’라며 수군댄다. 부모인 순식(신정근 분)과 애심(장소연 분)을 대뜸 ‘바보’라며 무시한다. 이렇게 순식과 애심은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과 무시를 받는다.

어느 날 순식네에 난데없이 불청객이 들어선다. 일면식도 없는 재구(윤박 분)가 동생행세를 하며 순식네 집에 눌러앉은 것이다. 순식과 애심은 당황스럽지만 불편한 표정만 지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정도를 넘어서는 재구에 순식은 위협을 느낀다. 집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고, 법적으로 더는 순영과 살 수 없으니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재산에 손대려 한다. 심지어 순영에게 음흉한 눈길을 보내기까지.

순식과 애심은 불청객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도움을 요청할 때, 진정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웃들은 살가운 재구의 말만 믿고 별일 아닌 듯 넘겨버렸다. 끝내 순식은 재구에게 통장을 쥐여주며 제발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못 이기는 듯 나갔지만 텅 빈 통장과 다시 돌아온 재구.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식은 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고, 재구는 경찰서로 끌려간다.

재구는 왜 순식의 ‘식구’가 되려 했을까. 당시 막 출소한 재구는 오갈 곳 없는 신세였다. 이전의 잘못들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국가로부터 복지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구의 눈에 순식이 들어왔다. 지적장애인이기에 쉽게 대항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재구는 무작정 순식의 집에 들어갔다. 그는 순식네 식구와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다. 바보 딸이라고 놀림 받는 순영을 자신의 조카라며 보호하고, 술에 취해 ‘나도 형이 있다’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잘못된 버릇들을 고치지 못해 선을 넘어버린다. 

영화는 재구 역시 소외된 이로 바라본다. 임영훈 감독은 사회에서 전과자를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보면 전과자는 가장 소외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과자는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낙인으로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구처럼 잘못된 선택을 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선으로 사람들은 더욱 상처받고 소외된다. 그 화살은 특히 장애인과 같은 사회 소외 계층에 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차별적인 시선으로 폭력을 가해선 안 된다. 그들은 차이가 있을 뿐이며, 차이는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소외 계층은 편견을 거두고 보면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순식이 마을 사람에게 외친 말은 우리의 편협했던 생각에 경종을 울린다.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요. 우리 바보 아닙니다. 나 순영이 아빠입니다”.

곽령은 기자  emily38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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