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 구문창씨는 등교하며 책을 듣는 것에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과제를 하느라 지친 눈을 잠시 감고, 책을 읽어주는 성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좋아하는 작가가 자신의 저서를 직접 낭독해주니 빠져들 수밖에 없다. 등굣길 외에도 운동을 할 때 등 항상 오디오북을 가까이한다. 이렇게 오디오북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

눈으로 읽어야만 했던 책이 오디오북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등장했다. 이는 종이가 아닌 소리로 책의 내용을 전해준다. 전문 성우가 책을 낭독하고, 이용자는 귀로 책을 들을 수 있다. 최근 △팟빵(Podbbang)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 오디오북 콘텐츠를 다루는 여러 플랫폼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오디오북 콘텐츠를 보유한 ‘오디언’은 올해 2분기에 오디오북 유료 회원 수가 35만 1,500명으로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이 대한출판문화협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어

오디오북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CD나 카세트테이프 형태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스트리밍 서비스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청취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한 세대들은 손쉽게 오디오북을 이용한다. 한국출판콘텐츠 전략기획팀 김혜영 팀장은 “오디오북은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을 잘 갖췄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접근하는 데 벽을 낮추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공지능 스피커의 발달로 음성 콘텐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오디오북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용자들은 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오디오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청취는 시·공간적 제약이 적어 출퇴근 할 때나 운동을 하는 자투리 시간에 이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디오북은 독서 시간을 따로 갖기 힘들 정도로 바쁜 현대인에겐 새로운 독서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책과 달리 타인과 함께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꼽혔다. 조선경(경남 양산시, 23) 씨는 “등·하교나 일을 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TV나 영화를 볼 때처럼 책을 통해서도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전했다. 

책을 읽어주는 성우의 인기도 오디오북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최근 김영하 작가가 낭독한 <살인자의 기억법>과 가수 GOT7의 멤버 진영이 낭독한 <어린 왕자>를 출시했다. 인기 작가와 연예인의 목소리 덕분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오디언의 강은선 PD는 “팬덤을 지닌 성우가 녹음한 오디오북은 타 오디오북보다 구매율이 훨씬 높다”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에 청신호 켜

오디오북의 성장은 움츠러든 출판업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오디오북이 신규 독자를 출판업계로 유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열린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커뮤니케이션북스>가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를 USB 오디오북으로 출시하여 주목을 받았다. 커뮤니케이션북스 디지털사업부 천호영 부장은 “e-book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디오북이 신규 독자를 유입해 출판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미디어창비 디지털사업팀 전병욱 팀장은 “오디오북을 먼저 만들어 판매를 가늠하는 출판사나 저자들도 생겨나고 있다”라며 “오디오북은 종이책을 홍보하는 효과도 지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20~30대 청년들을 독자로 유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김혜영 팀장은 “오디오북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출판업계 측에서는 잠재 독자층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아직까지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태동기다. 때문에 제작자와 플랫폼의 수가 적어 고충을 겪고 있다. 오디오북 제작비가 약 천만 원을 웃돌아 여러 권의 오디오북을 동시에 제작하기 힘들다. 또한 이를 유통할 플랫폼의 수가 적어 매출을 내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천호영 부장은 “출판사 입장에서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하기 어려울 뿐더러 적절한 판매처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병욱 팀장은 “아마존 ‘오더블’의 ACX 같은 모델처럼 저자-출판사-성우를 이어주는 방식이 오디오북 제작비를 보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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