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앞에 청년의 거리가 펼쳐졌다. 지난 8일부터 10일, 부산 대학로에서 ‘2018 부산국제청년문화박람회’가 열렸다. 금정문화재단 관계자는 “부산 대학로를 청년문화 중심지로 확립해 지역 청년들의 문화 활동을 장려할 것”이라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부대신문>이 여러 행사 중 △금정청춘콘서트 ‘소확행’ △청춘 아트 플리마켓 ‘청춘마켓’ △독립영화상영전 ‘We are young花’ △청년 북토크 ‘북적북적’의 현장을 담아 보았다.

신선한 청년 아이디어, 지역민을 사로잡다

도시철도 부산대역 1번과 3번 출구 사이,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이 놓여 있다. 반짝거리는 액세서리부터 알록달록한 색상의 핸드백까지. 청춘아트 플리마켓 ‘청춘마켓’이 열린 것이다.

‘한번 착용해 봐도 될까요?’, ‘정말 예쁜데 무엇으로 만들었나요?’. 거울에 비춰 액세서리를 달아보는 이는 물론, 디퓨저를 시향하는 등 지역민들은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청춘마켓을 즐겼다. 특히 △귀걸이 △팔찌 △스카프 등 각종 잡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금속과 귀여운 모양의 큐빅이 조화된 액세서리류와 적갈색 천연색소로 늦가을 느낌이 풍기는 스카프 등, 모두 청년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제품들이다. 기성 제품과 견줘도 손색없는 디자인에 사람들은 크게 호응했다. 때문에 초반부터 부스 주변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이지현(수영구, 31) 씨는 “예쁘고 귀여운 물건들이 많아 계속 부스를 구경했다”라며 “아이가 리본 핀을 맘에 들어 해 한 개 구매했다”라고 전했다. 이선영(금정구, 28) 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들도 매우 맘에 든다”라며 “지역 청년작가들이 만든 제품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청춘마켓은 문화·예술로 지역과 청년이 소통하는 장이다. 청년 예술인은 작품을 만들고, 지역민은 이 작품으로부터 지역 예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금정문화재단 관계자는 “청년들이 직접 플랫폼을 기획하고 상품을 제작했다”라며 “청년예술인의 자생력을 키워 지역 예술을 발전시키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독립출판. 출간의 벽을 낮추다

북 토크쇼 ‘북적북적’이 열린 지난 10일 오후. 꿈터플러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밝은 조명 속에 진열된 세 권의 책들이 이목을 끌었다. △<마음 옷장> △<몽땅몰타> △<청사포에 해녀가 산다>, 지역 청년작가의 독립출판 도서로, 작가 본연의 색깔이 그 어느 작품보다도 뚜렷하다. 이날 각 작품의 작가는 책과 독립출판을 주제로 관객과의 만담을 펼쳤다. 박람회 관계자는 “도서를 소재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와 독자들 간의 소통 자리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북 토크쇼 북적북적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인사말에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 소리에 힘입어 작가들은 차례대로 작품을 출간한 배경과 그 내용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본래 책을 낼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글을 쓰다 보니 결국 책까지 내게 됐다는 것이다. <마음 옷장>의 주예슬 작가는 “라디오 작가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글을 썼다”라며 “매일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양이 쌓여 책 출간까지 이르게 됐다”라고 전했다. <몽땅몰타>를 집필한 장수빈 작가는 “몰타를 다녀온 후 몰타에 대한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라며 “몰타에 대한 문의가 많아 책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어떠한 이야기도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꼭 독특한 아이디어나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소재가 있다면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예슬 작가는 “순간순간의 내 마음을 적은 기록들로  <마음 옷장>을 완성했다”라며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청사포에 해녀가 산다>의 배은희 작가는 “잡지 출간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많은 이들의 일화를 책으로 엮었다”라며 “<청사포에 해녀가 산다>도 기장군 해녀분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역 독립출판의 발전에 대해서도 논했다. 이들이 자신만의 소재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배경엔 지역 독립출판이 있었다. 기성 출판사에 비해 독립출판사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그럼에도 작은 규모 및 낮은 인지도로 위기에 처해있다. 장수빈 작가는 “지역 출판업계의 상황이 열악해 기존 독립출판사들도 많이 사라지는 실정”이라며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작품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은희 작가는 “그 지역에서만 다룰 수 있는 이야기에 경쟁력이 있다”라며 “지역 콘텐츠를 소재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관객들은 지역작가가 만든 독립출판 도서의 매력을 느꼈다. A(중구, 28) 씨는 “독립출판의 도서들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라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롭다”라고 소감을 표했다. 책·출판에 대한 편견도 허물 수 있었다. B(해운대구, 25) 씨는 “지금껏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부족한 내 글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씨네토크, 부산 속 청년문화는?

부산국제청년문화박람회 이튿날 청년 창조발전소 꿈터플러스(이하 꿈터플러스)에서 독립영화 상영전 ‘we are young花’가 열렸다. 이는 부산의 독립영화 감독을 조명하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다. 먼저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영화인 3명의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김민근 감독의 <엄마 풍경 집> △전찬영 감독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손태훈 감독의 <이동>이 차례로 상영됐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씨네토크’가 마련됐다.

<엄마 풍경 집>은 입대를 앞둔 우석이 2년 만에 엄마를 만나러 갔지만 결국은 만나지 못하는 이야기다. 김민근 감독은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많이 고민하던 중 ‘나’로부터 시작해보자며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엄마를 만나지 못한 결말에 대해 “주인공은 그간 엄마를 못 보다가 군대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만나러 가게 된다”라며 “엄마를 만나지 않은 채 엄마의 집, 엄마가 다닌 길, 눈 등을 형상화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찬영 감독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은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이 자신에게 보일 때마다 자괴감을 느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빠에게 이해받으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당시 아빠에게 화가 많이 났던 감독은 이 화를 풀어보고, 나를 찾아보자는 목표에서 카메라를 들었다고 한다. 주인공이 느낀 감정에 공감을 표하는 관객이 많았다. 씨네토크에 참여한 황다혜 씨는 “영화 중 ‘아빠를 싫어하는 내가 싫다’라는 말이 와닿았다”라며 “가치관의 차이로 아빠에게 불만이 생기고, 갈등하는 상황들을 잘 풀어낸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동>은 ‘이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면접 보고, 출근하는 등 원치 않은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담아냈다. 손태훈 감독은 “어느 날 젤리가 먹고 싶어 마트를 걸어가면서 ‘왜 내가 마트에 가고 있지’ 생각을 했다”라며 “이 의문을 ‘왜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원치 않는 이동을 하는가’라고 확장시켜 다큐멘터리로 답을 찾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다큐멘터리는 ‘26년 살아왔지만 마땅히 길이 없다’, ‘일자리 있으면 저리로 가고…계속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것 같다’ 등 일상적인 불안함을 드러낸다. 손태훈 감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이로 선정했고, 면접과 이직 등 많은 이들이 경험한 것에 관해 질문을 던져 영화를 구성했다고 한다.

영화 외의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부산에서 청년으로 영화를 찍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손태훈 감독은 독립영화 지원이 적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전찬영 감독도 인프라가 열악하다며 이에 동의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민근 감독은 “부산을 가장 잘 알고 좋아해서 부산에 있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료”라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장소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청춘 콘서트, 대학로 문화 되살리다

지난 9일 도시철도 부산대역 1번 출구 근처. 어렴풋이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 도착한 문화나눔터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 시민의 신청으로 가수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간주가 흘러나오자 시민들은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문화나눔터 한쪽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황지영(금정구, 24) 씨는 “근처를 지나가다가 노랫소리가 들려서 관람하게 됐다”라며 “열정적인 공연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콘서트의 마지막으로 비보잉 공연이 진행됐다. ‘오샤레 크루’의 화려한 비보잉에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다. 이에 오샤레 크루의 멤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고급 기술을 선보였다. 

두 공연 외에도 이날 금정청춘콘서트 ‘소확행’에는 동아리·예술단체의 노래, 춤과 가야금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다. 우웅기(사상구, 28) 씨는 “대학로에서 문화행사 즐길 기회가 많지 않은데 오늘 공연으로 여러 사람과 자연스럽게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좋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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