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을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이 12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교육부와 일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문제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2만 3685명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부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이다. 점차 대학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대학의 정원이 감축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가 해당 문제를 방지하고자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우리나라 대학생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되도록 많이 유치하는 것이 대학 평가 등에 유리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제도가 도입된 이래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내실 있는 운영은 되지 않고 있다. 
 
한국어 못해도 입학 가능해
 
언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만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 중 어학연수나 교환학생·방문학생 등을 제외한 학부, 대학원 학위를 위해 유학 온 외국인은 7만 여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교육부의 외국인 입학 관리 권고 사항에 따르면 외국인의 입학은 한국어능력시험(이하 토픽) 2급 이상을 취득하면 가능하다. 토픽 2급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어학 수준이다. 당초 토픽 3급이었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어가 유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2급으로 기준을 낮췄다. 우리 학교 언어교육원 조영미 한국어 코디네이터는 “토픽 2급은 쉬운 어휘의 짧은 일상 표현을 이해할 수 있으면 획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학위를 딸 수 있을 정도의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선 최소한 토픽 4급 이상의 한국어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어학 능력 권고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전국 217개 대학에서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학부)이 43곳(19.8%)이나 된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이 정부 기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대학도 99곳(45.6%)에 달한다. 대학원은 더 심각하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대학원은 전국 659개 대학원 중 285곳(43.2%)인 것이다. 어학능력을 충족한 학생의 비율이 정부 기준인 30%에도 못 미치는 대학은 594곳(90.1%)이었다. 
 
불법 체류자 늘어나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유학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입국 후 잠적해 불법으로 취업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와 법무부를 통해 제공받은 <외국인 유학생 불법 체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16만 1371명 중 불법 체류자가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전국 대학을 평가해 ‘비자발급 제한 대학’을 선정해왔다.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율 △등록금 부담률 △의료보험 가입률 △언어능력 등을 심사한다. 올해 전국 15개 대학이 ‘비자발급제한 대학’으로 분류됐다. 이는 2013년 제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이다. 5년이 지났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학생도 수도권 집중
 
서울 지역이 타 지역보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율이 크다. 당초 외국인 유학생 제도 취지와 달리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없는 서울 지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증가폭이 타 지자체보다 크다. 2014년 대비 2017년 외국인 유학생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학위과정의 경우, 유학생 수가 2014년 2만 9,966명에서 2017년 4만 3,702명으로 1.6배(1만 3,736명) 증가했는데, 증가 인원의 60% 가량이 서울지역 유학생(8,039명)이었다. 오영훈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현재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통해서는 오히려 한국 고등교육에 대해 ‘헐값 학위 장사’라는 인식과 평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적 명성을 올리고, 우수 인력을 유치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 정책을 재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없음에도 유학생을 유치하는 이유는 대학 순위 등을 매길 때 외국인 학생 수도 지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교육부는 수도권에 외국인 유학생이 몰리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에는 대학도 많고 입학 정원도 많다”라며 “유학생들 대부분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책은 대학역량 강화
 
정부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김해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정책만 세울 게 아니라 내실 있는 사후 관리를 대학에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의 교육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들이 미리 불법체류자가 될 유학생을 알 방법이 없다”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급급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대학의 교육, 연구 환경 개선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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