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유럽에서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 우주 쓰레기는 수명이 다한 위성의 부품에서부터 페인트 조각에 이르기까지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공물체를 말한다. 우주탐사가 시작된 1960년대 무렵만 해도 이들 파편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등 인류가 만든 구조물이 다투어 지구 궤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우주 쓰레기는 인류가 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가 하늘을 쳐다본다고 해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지구 위에는 약 60만 개가 넘는 우주 쓰레기가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저궤도에서 대기권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우주 밖으로 날아가지도 않은 채 어두운 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그런데 저궤도는 지상에서 우주로 날아가는 하늘의 관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거쳐 달이나 화성 탐사를 떠나기 위해서도 우주 비행체는 지구 저궤도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을 쓰레기 더미가 막고 있다면 인류의 우주탐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우주감시네트워크(USSA)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 주위에서 지름 10cm 이상 되는 파편만 2만개 넘게 떠돌고 있다. 이보다 작은 조각까지 포함하면 60만 개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USSA는 이 가운데 4만 여 개의 우주 쓰레기들을 추적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인류는 우주 쓰레기를 수거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최근 EU의 지원을 받은 연구개발 컨소시엄이 ‘리무브 데브리스(Remove Debris)’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면서 우주 쓰레기 제거를 위한 실증 테스트 준비에 나섰다. 리무브 데브리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우주 쓰레기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청소 위성을 발사해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청소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 9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이처럼 인류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우주 공간을 자신들의 쓰레기로 가득 채운 다음에야 청소를 시작할 마음을 지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추가적인 우주 공간에서의 활동이 어려울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우주를 청정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은 크게 4가지다. 첫째는 우주공간에서 그물로 표적을 포획하는 것이다. 얼마 전 리무브 데브리스 위성에서 표적을 향해 그물을 쏘았다. 지난 9월 19일 우주 쓰레기의 표적으로 설정된 목표물을 향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그물이 7m 거리에서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실험으로 이달에는 영상 기반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DS-2큐브셋을 분리시켜 버려진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여 크기와 모양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내년 1월에는 리무브 데브리스에서 우주 쓰레기를 향해 작살을 발사할 계획이다. 목표물과는 1.5m 거리를 두고 초속 20m로 작살을 쏘는 것이다. 끝으로 내년 3월 ‘드래그 세일’이라 불리는 커다란 돛을 펼쳐 포획한 우주 쓰레기를 체로 걸러내듯 모아 지구로 귀환하는 실험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은 드래그 세일이 담겨진 우주 쓰레기를 태우는 불꽃이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영국 서리대학교 구그리엘모 아그리에티 교수는 그물과 작살을 이용한 우주 쓰레기 수거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이라고 했다. 우주 밖으로 비행선을 한번 띄우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이번 실험에 든 비용은 총 1,500만 파운드(약 220억 원)다. 이번 실험에 드는 비용의 절반은 유럽연합에서 댔고 나머지는 참여한 10개 나라가 부담했다. 

왜 어떤 나라는 지구 저궤도에 우주 쓰레기를 열심히 버리고 있는데, 또 어떤 나라는 우주 쓰레기를 열심히 치우는 것일까?머나먼 우주공간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제2의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는 것보다 스스로 어지럽힌 우주 쓰레기를 치울 때, 또 다른 행성의 외계인은 지구에 사는 인류를 적어도 양심이 지닌 생명체로 만나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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