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영화를 보러 홀로 극장에 간 적이 있다. 그날 내가 본 작품은 바로 <집으로 가는 길>.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의 주연작이다. 영화를 감명 깊게 본 터라 관련 기사들까지 찾아봤는데 그때 접한 인터뷰 기사 한 줄이 기억에 남았다. ‘시나리오가 정말 부족한데 여성배우로서 <집으로 가는 길>은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전도연 씨의 한마디였다.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칸의 여왕에게 시나리오가 가지 않는단 사실이 이상하다 봤기 때문이다. 더 알아보니 <집으로 가는 길>은 여성감독·여성주연의 영화로 주목받고 있었다. 상업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조합이란 이유에서였다. 화려해 보이는 영화계의 심각한 성 불평등 현상. 그때야 비로소 난 이를 깨달았다.

5년 전 그때가 최근 다시 떠올랐다. 현재 여성감독·여성주연의 영화란 이유로 <미쓰백>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의 활성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꾸준하단 점에서 분명 박수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주목 받는 이유가 과거와 동일한 점이 맘에 걸린다. 마치 영화계 스스로 5년 동안 나아지지 못했다고 선언하는 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계와 무관한 나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계는 남성 중심적이며, 그곳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소외되는 대상이란 사실을 말이다.

결국 난 관련 기획 기사를 쓰기에 이른다. 하지만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관련 연구·통계자료의 부족으로 정확한 현황 파악부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영화가 부족한 현상과도 크게 연관된 부분이었다. 여러 원인이 있었으나 사실 가장 큰 원인은 분명했다. 바로 ‘남성 중심 구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모두, 영화계를 주름잡는 거장들은 대다수 남성이다. 이들 주도로 영화 산업 내 다양한 연구와 사업들이 진행돼 왔지만, 여성영화에 대한 것은 진척이 없다.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그들은 여성영화가 부족하다고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현황 파악과 같은 기본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해왔다. 여성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여성으로만 이뤄지며, 지금도 남성의 참여는 저조하다.

힘겹게 취재하던 중 한 교수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므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반영돼요. 궁극적인 원인은 이 점에 있죠’. 여성영화의 부족 현상이 비단 영화계만의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우리 사회 저변엔 고질적인 남성 중심적 사고가 크게 작용하고, 이는 곧 우리의 사고도 지배했다. 결론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의식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의식이 개선되지 못하면 사회도, 나아가 영화계도 바뀔 수 없다. 그러면 결국 모두가 나서야 할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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