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미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뻔했다. AWD news는 지난 대선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 대항하여 쿠데타를 준비 중이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물론 가짜뉴스(fake news)다. 오늘날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 중 하나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가짜뉴스라는 ‘물괴’가 온라인의 플랫폼을 숙주로 삼아 발호하여 폐쇄적인 메신저와 대화 서비스를 통해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집권 여당과 정부가 법적 처벌을 위해 대책을 강구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재 떠돌고 있는 대부분의 가짜뉴스 내용은 보수우파 진영에서 나오고 있어 자칫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헌법에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어긋날 소지가 충분하다.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허위 사실과 의견을 칼로 무 짜르듯이 분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법적인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짜뉴스 창궐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먼저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가짜뉴스로 번역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의도적으로 정치적 또는 경제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전통적인 언론의 뉴스 양식으로 제작된 거짓 정보’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 허위정보’로 명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러한 가짜뉴스 현상의 등장 배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누구라도 원하면 자신의 의사 표현을 매우 쉽게 제작하여 유포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최근 2-3년 동안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치적 갈등이 매우 격화되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된 셈이다. 셋째, 그동안 공적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해 온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다. 보수적인 노년층들이 유튜브의 보수 논객의 1인 채널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짜뉴스 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신뢰 기반이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에델만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불신국가로 분류된다. 우리 사회의 주요 기관인 정부, 기업,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30%에 미치지 못한다. 공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균열 현상이며,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의 위기다. 자유민주주의 원조 격인 영국의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는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과 의사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즉, 밀은 사상의 공개시장에서 가짜와 진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인간의 이성과 자유 의지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인 매체 기술적인 특성을 지닌 인터넷은 자유로운 정보 흐름과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인류가 발명한 모든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효과는 양날의 검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우리가 그런 기술을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활용하는 가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민주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루어 내었다면, 가짜뉴스는 부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가짜뉴스가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한 셈이다. 지금까지 제안된 최선의 대안은 변화한 미디어와 정보적 환경에 맞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민주적인 시민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숙의를 통해 공적인 사안에 대한 관심과 개입을 일상화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의 구성원으로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뉴스와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대하여 제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한 대처가 디지털 민주주의로 가는 첫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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