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

(감독 이지원 | 2018)

‘뭐라고 부르면 돼요? 아줌마?’. ‘나 아줌마 아니야, 미쓰백이라고 불러’. 영화 <미쓰백>의 주인공 상아(한지민 분)는 자신을 ‘미쓰백’이라고 소개한다. 성차별 단어 ‘미쓰(Miss)’와 백상아의 ‘백’. 상아는 미쓰란 표현에 개의치 않는다. 폭력과 방치로 얼룩진 자신의 삶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일까.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불행에 체념한 듯하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매순간 배신하는 게 인생이야’. 상아에게 희망은 허상일 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김시아 분)을 만난 후 상아는 달라진다. 어린 아이지만 부모의 따뜻한 손길이 전혀 보이지 않던 지은. 상아는 지은의 지저분한 원피스와 온몸에 자리한 피멍이 자꾸 눈에 밟힌다. 유년시절 아동학대를 겪었던 상아는 일평생 트라우마로 고통스럽게 삶을 보냈다. 이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외면한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았다. 하지만 지은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왠지 달랐다. 어릴 적 자신인 것만 같아, 닫혔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린다. 이 아이만큼은 본인과 달리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지은의 행복을 희망하며 상아는 결국 세상에 맞서본다. 

하지만 또다시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아직까지 사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상아가 전과자란 이유로 경찰은 상아의 고발을 무시한다. 심지어 경찰이 사회적 약자인 상아와 지은을 품어주기는커녕 가해자인 지은의 부모 말만 믿고 지은을 방조한다. 동시에 이웃의 무관심도 이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건물에서 떨어질 위기인 지은을 보고 그냥 지나가는 목격자나, 지은의 집을 찾아온 경찰에게 시끄럽다고 따지는 이웃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지은을 더욱 고립시키고 상아를 다시금 절망케 한다. 결국 상아는 지은과 달아나버리는 것을 택한다. 화장실 창문으로 몰래 집에서 탈출한 지은을 발견하자마자. 어차피 단 한 번도 도움 준 적 없던 사회, 유괴일지라도 일단 구해야 했다. 고통 받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지은을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을. 

상아와 지은의 일은 소수의 사람만 경험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돼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이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다. 빈곤과 범죄 등 사회적 병폐 속에서 이들은 오늘도 고통 받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에게 희망은 사치여야 할까.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순 없을까. 영화 <미쓰백>은 조그마한 희망을 던진다. 상아와 지은은 스스로 역경을 딛고 끝내 사회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마주한다. 남들이 바라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각자의 떳떳한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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