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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 곽령은 기자
  • 승인 2018.11.04 03:02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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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뉴욕의 한 전시회. 6달러만 내면 누구나 출품할 수 있는 이곳에서 한 작품이 화두에 올랐다. 바로 마르셀 뒤샹의 <샘>(1917)이었다. 전시회 관계자들은 ‘R.Mutt’ 사인이 그려진 남성용 소변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도덕적이고 천박하다는 이유로 결국 전시를 거절당하지만, 이 ‘소변기’는 훗날 미술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작품이 된다. 기존의 예술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뒤샹을 감상해보자.  

마르셀 뒤샹은 다다이즘의 선구자로 불린다. 다다(dada)는 프랑스어로 ‘아이의 옹알이’를 가리키는데, 아무런 뜻이 없다는 말이다. 다다이즘은 제1차 대전의 무차별 살육 현장을 목격한 이들이 인간의 이성에 크게 반발하면서 나타났다. 인간의 이성이야말로 야만적인 행위와 부조리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허무주의 예술운동인 다다는 전통과 같은 일체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뒤샹은 작품이 완성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 작가가 관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한 것이다.

그의 사상은 ‘이미 만들어진’이라는 의미의 레디메이드(Ready-Made)를 통해 뚜렷이 드러난다.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얹은 <자전거 바퀴>(1913), 병걸이에 자신의 서명을 한 <병걸이>(1914)의 소재는 모두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이다. 대량생산된 물건을 작품으로 선택해 예술 대상은 독특해야 한다는 관념에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 그는 <병걸이>를 발표하며 ‘예술품이란 색을 칠하고 구성할 수도 있지만 단지 선택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그는 일상품을 골라 새로운 이름을 붙여 전시장에 내놓는다. 일상 속 물건을 ‘발견’함으로써 이를 원래의 용도가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때 일상품은 미적 쾌감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저 무감각하게, 의미 없이 골라진다. 뒤샹에 따르면, 일상적인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기성품은 본래 목적성을 상실하고 사물 자체의 무의미함만 남는다. 그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창조’의 개념에 한정돼 있던 예술을 ‘선택’의 개념으로 확장시켰다. 큰 반향을 일으킨 <샘>(1917)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뒤샹은 모나리자 복사본 사진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은 <L.H.O.O.Q>(1919)로 명작에 대한 숭배를 파괴하기도 했다. 

뒤샹이 ‘레디메이드’를 창안해 미술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작품의 전통적인 제작방식을 타파한 점은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입체주의, 초현실주의뿐만 아니라 팝아트와 개념미술, 미니멀리즘에 뒤샹의 사상이 녹아있다. 주미경(삼육대 미술컨텐츠학) 교수는 <마르셀 뒤샹 미학의 현대미술론적 가치 조명> 논문에서 ‘뒤샹이 ‘변기’를 출품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이래 20세기 미술의 역사는, 합의된 미술작품의 개념을 전제했던 과거 미술의 역사와는 달리 매번 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대정의하는 노력들의 역사였다’라고 전했다.

<샘> (1917作)

<L.H.O.O.Q> (1919作)

<자전거 바퀴> (1913作)

<병걸이> (1914作)

 

곽령은 기자  emily38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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