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자치 시리즈>

  청와대 국민청원이 인기다. 단순한 클릭 하나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일정 수치의 공감수에 달하면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가 직접 답변을 해줘 시민들의 참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높은 효능감을 제공해서다.    

  우리는 기존 정치제도에서 별다른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다. 내 의견을 표출할 창구도 이를 들어줄 사람도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벤트’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내 삶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말 내 삶을 변화시키는 정치는 없는 것일까?   

 ① 일본의 시민자치 사례

   ▶ ❷ 우리나라는?  

 지난 겨울 권력자들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났다.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사용했다. 이 문제를 두고 당시 정치권은 뚜렷한 입장을 내지도 행동을 하지도 못했다. 수지타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직접 광장으로 나왔고 겨우내 촛불을 들었다. 결국 시민들이 부정한 권력을 몰아냈다. 

한 시민이 일본 하치오지시 네트워크 정책세미나에 자녀와 함께 참석해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입소스가 발표한 <포퓰리즘을 넘어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 전체 시민 중 정당을 ‘못 믿겠다’라고 응답한 시민이 81%였다. 86%였던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5%p 감소한 수치였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정당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곧,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효균(금정구, 64) 씨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며 “그러나 현재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만 일을 한다”라고 전했다. 금정구에 거주하는 김정현 씨는 “이전과 달리 우리 사회가 많이 진보했다”라면서도 “이는 시민들이 이뤄낸 것이지 정치권의 역할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주권자 없는 민주주의

현재 정치제도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먼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가 적다.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에 따라 운영된다. 시민을 대표할 사람을 선거로 선출한다. 그들은 시민들을 대신해 법을 만들고 국가 운영을 도맡는다. 합리적인 방안일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 시민들은 정치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오직 선거를 통해서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이동수(경희대 NGO대학원) 교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시민의 정치적 참여는 지속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기보다는 단지 선거 때에만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단속적인 성격만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이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본인들의 권한을 위임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공동의 이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 오현철(전북대 일반사회교육) 교수는 “벤담에 따르면 개인들은 이기적이고 정치인도 똑같다”라며 “공동선을 실현하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꽤 오랜 시간 제도는 유지돼 왔다.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아도 세상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며 한계에 봉착한다. 더 이음 이호 대표는 “산업사회 초기, 시민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야만 했음에도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었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실업률이 증가하고 국가의 성장률이 저조해지면서 시민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에 따를 수만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시민이 주인공이다”

결국 시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주권자인 시민이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기존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정책의 수용자일 뿐이었다. 정치인이 정책을 수립하면 그에 따라야 했다. 때문에 권한을 위임한 것임에도 정치인과 시민 간의 관계는 수직적이었다. 이호 대표는 “기존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관객으로 전락됐다”라며 “시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로 실효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그간 정치인의 정책 중 시민들의 의견과 맞지 않는 것이 있었다. 되려 그들의 정책은 갈등을 야기했고 사회적 비용만 불필요하게 소모했다. 때문에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즉,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이러한 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가능하다.    

일본의 도쿄생활자네트워크는 시민자치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선거에 자신들의 후보를 출마시킨다. 시민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닌 시민들의 목소리를 의회에 대신 전달해줄 수 있는 대리인을 만들려는 것이다. 도쿄생활자네트워크의 회원들은 정책의 소비자가 아닌 정책의 생산자이다. 이들에게 의원은 직업도 특권층도 아니다. 

도쿄생활자네트워크 회원들의 의견 전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그들의 대리인인 의원들과 논의한다. 이처럼 이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높은 효능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쿄생활자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일본의 사례를 도입할 수 없다. <정당법> 상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 광역시 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 도당으로 구성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지역 정당이 불가하다. 시민자치의 시작점은 지역사회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지역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선 현행 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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