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우리 학교의 교수회는 <부산대학교 총장 공약 이행 및 직무 수행 평가 설문 결과 보고>를 발표하며 이 설문이 “총장의 임기 중반을 맞아서 그동안의 대학 운영을 돌아보고 쇄신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총장과 집행부는 공약이행과 직무수행 평가에서 평균 2.3점(5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발전 재원 확보 공약’과 ‘약학대학 이전 등 캠퍼스 발전 현안에 대한 대처’ 항목에서는 평균 1점대를 기록했다. 교수회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교무회의의 민주적 운영, 교수회의 심의기능 강화, 누적식 성과연봉제, 비정기적 교수공채 등 교육정책의 개선과 폐지, 금샘로 지하차도 공사의 재검토 등을 요구하였다.

취임 이래 성실하게 일해 왔다고 자부하는 총장과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설문조사의 엄중한 결과가 실망스럽고 서운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비판할 때 그것은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환기하고 지적하는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은 “비판받을 때마다 내가 박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실수”라고 일갈했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로부터 총장과 집행부가 위안을 삼아서도 아니 된다.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로 응답하지 않은 설문 대상자들이 전부 총장을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통계학적 근거를 상실한 믿음일 뿐이기 때문이다. “비판받지 않으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말며, 아무런 것도 되지 않으면 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처럼, 권한을 위임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비판은 응당 감당해야할 숙명이다. 

현 총장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故고현철 교수의 희생을 비롯하여 부산대 구성원들의 아낌없는 물적 지원과 이해에 빚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터다. 교육부가 총장 임명을 미루며 직선제를 빌미로 20억에 가까운 사업비를 삭감했을 때 부산대 교수들은 기꺼이 급여를 반납했으며 민주동문회는 후원금을 모금하여 학교를 도왔다. 총장 임명을 서두르기 위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한 일로 학교의 입장이 난감할 때 대다수 부산대 구성원들은 그 진심을 이해하고 지원했다. 이러한 일들은 학생과 교직원과 총장이 모두 부산대의 발전을 위한 동지적 관계임을 증명한다. 따라서 이번의 설문 결과는 부산대의 발전을 위해 모인 동지들의 충언으로 생각해야 한다. 마침 총장은 지난 6월, 역사를 바꾼 언론과 비판의 힘에 관한 책을 번역하여 내놓기도 했다. 

달콤한 말로 망가지기는 쉬워도 따가운 충고로 깨닫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은 비판의 아픔을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는” 불편한 몸살의 통증에 비유했다. 현 총장은 취임 초기에 선공후사의 이순신 정신과 소통을 통해 반대세력까지 끌어안은 세종대왕의 지도력을 본받겠다고 누차에 걸쳐 밝힌 바 있다. 비판은 대화의 시작이다. 교수회의 설문결과에 이제 총장이 응답해야 한다. 총장은 이번 중간평가를 그가 약속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로 삼고 직무를 정확히 수행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장(場)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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