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덕관에서 부마항쟁 관련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10.16, 인간과 철학’을 주제로 철학과 70주년 학술대회가 열렸다. 부마항쟁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제주4·3사건과 연관지어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부마항쟁은 노동과 연관된 반유신 학생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1970년대에 교련 반대 투쟁과 민청학련 사건 등이 일어났다. 전태일분신자살사건 이후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가 우리 사회에 대두됐고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들이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주장한 것이다. 학생과 노동계가 연대하면서 학생운동이 확장됐다. 이 연대는 부마항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부마항쟁이 민중주의적 운동의 시작점에 있다는 평가가 있다. 부마항쟁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 발표한 김지수(철학 18) 씨는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학생 중심의 유신 반대 운동과 다르게 부마민주항쟁은 민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민중 항쟁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연대는 노동소외와 한나 아렌트의 세계 소외적 관점에서 고찰되기도 한다. 당시 노동자와 대학생은 ‘소외’를 겪고 있었다. 부산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소외를 당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언론 탄압과 유신헌법으로 인해 발언의 자유와 그들의 공론장을 빼앗겼다. 부마항쟁 이전 잠잠했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세상 밖에 드러난 노동자의 처지를 보며 비로소 노동자와 자신들의 소외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부마항쟁의 철학적 고찰에 대해 발표한 전찬범(철학 16) 씨는 “미래가 보장된 대학생과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가 연대할 수 있었던 건 ‘소외’라는 공통점 때문”이라며 “부마민주항쟁은 소외에 저항한 노동자와 대학생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이 제주 4·3사건과 일부 유사하다는 의견이 있다. 두 사건은 발생 시기와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부당한 국가폭력과 맞서 싸운 점 △현재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치완 교수는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에 있어 당사자들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태도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은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꼭 참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부마항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김효준(철학 14) 씨는 “부마항쟁은 5·18민주화운동, 4·19혁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라며 “마르크스의 노동소외 관점에서 바라본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김지수 씨는 “학술대회를 통해 부마항쟁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부마항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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