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우리 학교 설선혜(심리학) 교수와 미국·네덜란드 연구진들이 함께 수행한 ‘청소년기 발생하는 사회적 뇌의 구조적 변화와 공평함 판단에서 타인의 의도를 고려하는 능력의 발달’과 관련된 연구가 국제저명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이는 사회적 행동과 뇌 발달 간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최초의 연구다. 해당 연구에 대해 알아보고자 설선혜 교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 연구 주제가 흥미로운데요. 연구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인간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협동과 같은 도덕적 행동 덕분이에요. 이러한 능력과 관련된 뇌 영역이 청소년기에 급격히 발달하죠. 그동안 사회적 행동과 뇌 발달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는 연구는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마침 네덜란드 연구진으로부터 관련 연구를 제안 받았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존 연구에서 만 17세부터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해 의사를 결정한다고 밝혀졌어요. 저희 연구진은 이러한 사실이 뇌의 구조적 발달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어요. 이를 실험으로 증명코자 했죠. 
실험은 변형된 최후통첩게임으로 진행됐어요. 피실험자들이 상대방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측했죠. 이후 관측 결과와 결과의 평등함을 중시하는 평등주의 모형(Egalitarianism model)과 상대방의 의도를 중시하는 호혜주의 모형(Reciprocity model)을 비교해 적합도 점수를 연령별로 산출했어요. 그 결과 만 9세는 결과의 평등함을 중시하고, 만 16~17세부터는 상대방의 의도를 고려해 의사를 결정했어요. 이는 나이가 들수록 결과의 평등함을 고려하기보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해당 실험과 함께 피실험자들의 두뇌를 조사했어요. 사회적 행동과 뇌 발달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최후통첩게임은 어떤 것이죠? 
한 피실험자가 다른 피실험자에게 돈을 분배해요. 여기서 분배 비율은 저희가 정해줘요. 다른 피실험자들은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밖에 없게 설정해놓죠. 이를 통해 피실험자들이 상대방의 행동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한 피실험자가 분배 비율을 8 대 2로만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있고, 해당 안을 다른 피실험자에게 제안했을 경우 다른 피실험자의 수락률은 올라가요. 그러나 8 대 2 이외에도 분배 비율을 5 대 5로 제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8 대 2를 제안했을 때는 수락률이 내려가죠. 분배 상황에서 피실험자들이 결과의 공평함과 상대방의 의도 중 무엇을 더 고려하는지 파악하는데 탁월한 실험 설계인 것이죠.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실험 결과를 도출하셨는데요. 이것이 어떻게 뇌 발달과 관련 있는 것이죠? 
먼저 저희는 실험 결과와 뇌 발달 간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두뇌 전 영역의 대뇌피질 두께를 측정했어요. 자기 공명 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으로 두뇌 구조를 찍어 전 영역의 대뇌피질 두께를 1mm 단위로 조사했죠. 대뇌피질의 두께가 얇을수록 정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이 커져요. 때문에 두께 측정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할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을 찾을 수 있는 것이죠. 조사 결과 배내측전전두피질(Dorsomedial prefrontal crotex)과 얼굴정보를 처리하는 방추상회(Fusiform gyrus) 영역을 발견했죠. 해당 영역은 나이가 들수록 피질 두께가 얇아졌어요. 
 
△연구 결과가 사회 전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친족 관계가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큰 규모의 조직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에요. 이는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타인과 자신의 의도까지 추리할 수 있어 가능해요. 이번 연구를 통해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고 사회적 맥락을 반영할 때 필요한 능력과 관련된 뇌 영역이 20대 초반까지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인지적 능력 향상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보다 사회성 함양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죠. 청소년기가 사회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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