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청정지역이라고들 한다. 그 남극의 눈과 바닷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남극에서 발견될 정도라면 우리네 앞바다에서는 어떻겠는가?하늘에는 미세먼지, 바다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넘치는 세상이다. 수백 년 두어도 썩지 않고, 생물체에 끊임없이 피해를 입히는 플라스틱은 꼭 미세하지만은 않다. 올해 스페인 해변에 죽은 채 떠내려온 고래의 사체를 부검해 보니 플라스틱 포장지, 빨대 등이 29kg이나 발견되었다.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면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태평양에 있으며, 세계의 여러 곳에서 비슷한 섬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환경 파괴가 결국 스스로를 죽이고 이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도 죽이고 말리라는 목소리는 케케묵은 느낌이 나지만, 좀처럼 충분한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데 이 모양일 리 없지 않은가? 

이미 환경파괴 때문에 멸망한 문명이 있는데도 그렇다. 로마!서구 문명의 찬란한 금자탑이었던 로마는 역사상 유례없던 도시 문명을 가꾸기도 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면서 거침없는 소비생활을 해나감에 따라 지중해 연안의 수림들은 철저히 벌채되었으며, 초지나 곡식을 기르던 밭에는 로마인들이 사족을 못 쓰던 올리브 기름을 얻기 위해 올리브나무가 대단위로 식재되었다. 이는 지중해 세계의 생태 질서를 파괴하고,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토지에 사막화를 불러왔다. 그리하여 한껏 팽창한 수요를 갈수록 충족할 수 없어 쪼그라들던 로마 경제권은, 5세기에 불어닥친 소빙하기의 여파로 먹고 거주할 땅을 찾아 몰려든 게르만족에게 최후의 일격을 받고 멸망했던 것이다.

중남미에서 이집트를 능가하는 문명을 꽃피웠던 마야 역시 무분별한 환경 파괴의 대가를 치렀다. 역시 도시 중심의 문명을 일군 마야는 농업도 자연을 파괴하는 화전 농법을 썼으며, 계속해서 건물을 짓기 위해 벌채를 거듭했다. 그 후유증으로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다다르기 훨씬 이전에 멸망했던 것이다. 신비한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 역시 저마다 더 거대한 석상을 세우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의 삼림 파괴가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적 방안이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 불리는 기술군은 ‘썩는 플라스틱 개발’에서부터 ‘대기 중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까지 다양하다. 어느 것이나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무서운 부작용이 염려된다. 가령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도 청정에너지 개발 방식으로 손꼽히지만, 실제로 지구 전체적으로 지금 소요되는 전력 개발을 모두 떠맡을 정도가 되면 지구 온난화 효과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CCS는 지금 여러 나라가 팔을 걷어붙이고 노력하고 있지만, 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혹시 잘못해서 저장된 탄소가 누출되면 인근의 사람과 생명체들을 한순간에 질식시키는 무서운 화학무기가 될 수도 있다. 지하의 수원을 오염시키거나 화산 활동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 조약을 통해 각국이 친환경적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1946년의 국제포경조약에서 처음 실마리가 나타났고, 1971년 늪지 보전을 위한 람사르 협약이 최초의 환경 보전 국제조약이 되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 규모의 조약으로 1992년의 리우 환경 협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리우 협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두 노력한다’는 내용에 그쳤고 누가, 언제, 얼마나 줄인다는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1997년에 구체적 책임을 명시한 교토의정서가 합의되지만,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고 중국과 인도가 서명하지 않는 등, 자국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면서까지 지구환경을 위해 애쓰는 나라는 거의 없음이 밝혀졌다.

‘우리는 답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령 언젠가 제2의 지구를 찾아 이주할 기술과 조건이 될지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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