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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역습
  • 김병민(과학칼럼리스트)
  • 승인 2018.10.1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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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과학칼럼리스트)

최근 유명 다국적 커피전문점과 버거 매장이 중요한 선언을 했습니다. 수년 안에 전 세계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한 겁니다. 이후에 대체재인 종이 빨대가 등장했고 소비자는 환영과 불편으로 반응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대부분 커피 판매점에서 포장 판매를 제외하고 플라스틱 컵의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최근 케모포비아(chemophobia)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에 유해해서일까요? 사실 빨대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지고 일회용 컵은 페트(PET) 재질입니다. 분해가 어려울 뿐이지 폴리카보네이트(PC)나 폴리스타이렌(PS)처럼 환경호르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물질입니다.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 물질의 종류를 확인하고 해로운 물질에 대해 주의하며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유해성 여부를 떠나 이 물질에 대한 우리의 자세입니다. 바로 근본적 책임을 돌이켜 보는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생활에 밀접한 물질이 됐습니다. 분리수거함을 보면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과 관련한 고분자 합성 물질이지요. 1907년 미국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래 111년 동안 80억 톤이 넘는 플라스틱이 만들어졌고 이 중에 절반 이상이 다시 지구에 버려졌습니다. 그나마 정상적인 수거를 통해 소각되거나 재활용되고 있지만, 그 양은 극히 일부입니다.

매년 1,3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약 5조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있다는 보고가 있지요. 환경단체는 일부 태평양 지역을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이 플랑크톤보다 180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경북 영덕에서는 온몸이 붉은색으로 변한 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고 거북의 몸에서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 발견됐지요.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의 삶은 고작 30년에서 멈췄습니다. 또 스페인 남부 해안에서 발견된 향유고래의 사체에는 무려 29kg의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섬에 사는 플랑크톤에서부터 어류와 조류는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잘게 부서진 작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합니다. 바다는 그야말로 플라스틱 수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환경호르몬과 화학성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바다에 존재하는 독성 물질도 잘 흡착하는 성질을 가집니다. 먹이사슬의 최하층에는 미생물이 있고 플라스틱은 결국 그 사슬을 따라 올라가 최상층인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오염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관계가 없는 일처럼 버려두고 외면합니다. 나 하나 줄인다고 세상이 크게 좋아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수명은 고작 평균 20분이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고작 1분이면 족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심지어 페트병 같은 강한 재질은 400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플라스틱 물질은 환경 정의의 문제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우리 세대가 이익을 누리고 정작 피해는 후손이 입는 게 정의롭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누릴 권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불행하게도 책임을 지기에는 이미 늦었고 침묵의 역습은 시작됐습니다. 최근 우리가 마시는 물이 이미 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전 세계 생수의 93%가 오염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유통되는 생수 40%에서 폴리스타이렌과 폴리카보네이트가 검출됐습니다. 지구 기후변화도 이 플라스틱과 무관하지 않지요. 우리나라에서 빨대 하나가 생산되면 지구 반대편에 이상기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구는 그렇게 얽혀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소비가 있는 한 공급을 계속할 것입니다. 결국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유용한 방법이고 다음 세대에 지속 가능한 사회를 물려주는 방법입니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어집니다. 석유는 과거 지구 생명체에 의해 인류에게 유산으로 물린 물질입니다. 인류는 과연 무엇을 다음 생명체에게 물려주고 있을까요?

김병민(과학칼럼리스트)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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