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보를 토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린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정보는 수집하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다. 언론은 정파성과 상업주의의 시각에서 걸러진 정보를 제공하는 믿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세상 소식을 파악하려면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란 언론이나 국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질 낮은 집단 의견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온갖 정보가 유통되고 일반 시민도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민주주의의 이상대로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경합하면서 합리적 여론이 형성되는 시대가 온 것인가? 
  전문가 대다수의 대답은 ‘노’(No)다. 필요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은 아니다. 사회적 현안마다 합리적으로 수렴된 여론이 도출되긴커녕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강변하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단순한 ‘팩트’조차 종종 정파적 시빗거리가 되면서 사회갈등만 조장한다.   

이른바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것도 이를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시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에 맞는 정보만 찾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 이처럼 정보는 풍년인데 사람들의 판단은 오히려 편향과 독선에 빠지는 역설은 왜 발생할까? 

온라인에서는 개인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니 어떤 식으로든 선별해서 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언론이 많은 사람의 공통 관심사를 골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언론매체 이용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그 대신 알고리즘 원리를 적용해, 이용자 성향이나 습관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미 포털이나 아마존은 이용자의 최근 검색 내용에 맞춰 광고를 자동적으로 띄워 주는데, 뉴스 매체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소셜 미디어의 보급이다. 페이스북 친구는 출신 배경이나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로, 공유되는 정보 역시 집단의 구미에 맞는 내용이 대다수다. 문제는 사람들이 정보를 편식하다 보니 세계관을 넓혀줄 다양한 정보 접촉 기회가 차단된다는 것이다. 파리저(Pariser)라는 학자는 이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불렀다. 이처럼 정보 편식에 근거해 형성된 의견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합리적 대화와 여론 수렴은 요원해진다.

이러한 집단적 사고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우선 검색에만 의존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적어도 책과 학술지는 검색엔진보다는 정제되고 걸러진 지식에 좀 더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리포트 작성에 온라인 정보 인용을 금지했다. 또한 판단의 편향성을 교정하려면 정보를 폭넓게 접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뉴욕타임즈> 어느 칼럼니스트의 조언은 경청할 만하다. 맘에 드는 매체와 싫어하는 매체를 함께 구독하면서 현상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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