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감독 유지영 | 2018)

청년은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라고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열정페이’, ‘흙수저’, ‘존버’ 등 신조어들과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이 청년을 대변하고 있다. 실패에 주저앉아버린 이들. 영화 <수성못>은 이들의 막막함을 그려내고 있다.

‘자 출발합니다’ 희정(이세영 분)은 손님이 탄 오리배를 힘껏 민다. 손님 응대를 마친 후 관리실 안에서 책을 편다. 책상 옆에는 영어단어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여져 있다. 그는 서울행을 꿈꾸는 편입준비생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이 보고 경험하고 싶은 희정. 넉넉지 않은 형편에 오리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매일 운동을 빠트리지 않을 정도로 매사 열심이다. 서울에 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바쁜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인마 좀 치열하게 살아라. 치열하게’. 열정으로 가득 찬 희정은 삶에 무기력한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온종일 하는 일이라곤 책 읽기밖에 없는 동생 희준(남태부 분)을 보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희준에게 뭐라도 열심히 해보라고 잔소리하고, 지나가다 본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알려주기도 한다. 오묘한 인연으로 알게 된 영목(김현준 분)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자살클럽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단다. 희정은 영목이 한 번씩 건네는 자살 얘기에 한심한 듯 고개를 젓는다.

‘열심히 살면 된다’. 견고했던 희정의 일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흐려진다. 편입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편입준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혼자 돈 벌어, 서울에서 살 비용도 미리 마련해야 하는데 착잡한 마음이다. 마침내 기다리던 편입시험 발표 날. 치열한 삶을 살아왔지만, 결국 희정이 마주한 건 ‘불합격’이었다.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닫힌 것이다. 멍하니 수성못 앞에 앉아있는데 웬 기타 소리가 들린다. ‘기타 치는 아저씨를 본 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는다더라’라는 영목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또 저런다 싶어 흘려듣던 말이었는데 옆을 보니 아저씨가 기타를 열심히 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도 희정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희정이 아등바등 노력하는 모습은 각자의 크고 작은 꿈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네들과 비슷하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또한 우리의 일상이다. 희정이 누구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음에도 실패한 것처럼. 목표를 이루기까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지만, 우리는 점점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져만 간다.

혹자는 말한다. ‘더 ‘노오력’하고 ‘존버’하면 된다’고. 여기서 청년의 실패는 오로지 청년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된다. 과연 그런 것일까. 한없이 쭉쭉 올라가는 청년실업률과 청년 빈곤율은 수많은 스펙과 경력을 쌓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을 맥 빠지게 만든다. 열심히 노력하는 이 사회의 ‘희정’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한다. 영화 말미에 희정이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