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부산광역시 동래구의 한 어린이집 내부가 찍힌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아이의 볼을 꼬집고 얼굴까지 이불로 덮어버리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보육교사가 만 3세 아이들을 학대한 것이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526건 △2016년 849건에서 △작년 1월부터 9월 사이에는 1,008건이 적발됐다. 작년 부산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 1,008건 가운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교직원이 가해자인 경우는 399건으로 전체의 39.5%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56건(10.6%), 2016년 87건(10.2%)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는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소속 교직원이 가해자인 경우가 늘고 있다.
 

아동에게 악영향 끼쳐 

아동학대는 아동의 부모 또는 보호자가 아동에게 계속적으로 폭력을 가하거나 방임함으로써 아동이 심각한 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구분된다.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행위도 학대에 포함된다. 특히 아동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대를 당해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더욱 위험하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동시에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동보호기관이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324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8.8%가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모두 이뤄진 중복학대였다.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 중에서는 정서적 학대가 28.7%로 더 높았다. 정서적 학대로는 다른 원생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게 하는 것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혼자 교실에 세어놓는 등 아이를 내쫓거나 고립시키는 행위 또한 학대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승하(중앙대 유아교육) 교수는 “아이를 혼자 두는 체벌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갈린다”라며 “하지만 아이를 혼자 두면 위험한 상황 시에 대처가 늦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피해아동 66.7%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를 당했다. 이중 일주일에 한 번이 31.5%로 가장 많았고, 거의 매일 학대를 당한 경우가 24.7%를 차지했다.

 

교사의 스트레스, 아이에겐 공포

아동학대의 원인으로 보육교사의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지목된다. 작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 방안>에 따르면 부모 41.7%와 교사 47.2%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의 주원인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을 기준으로 보육교사는 하루 평균 9.6시간을 근무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육교사 1명이 돌봐야 하는 영유아 수는 17.5명으로 OECD 평균인 13.6명보다 많다. 

지난 7월부터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이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국공립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등은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민간어린이집이나 소규모 어린이집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위원은 “실제로 점심시간에도 누군가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라며 “점심시간에 보육교사가 쉬려면 대체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보육교사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보육교사가 아동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부모 27.2%와 교사 13.5%가 아동학대 원인으로 ‘교사양성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 부족’을 택했다. 특히 어린이집 교사 자격증의 경우, 관련 교육을 충분히 이수하지 않더라도 취득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관련 학과에서 3년 이상 대학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인터넷 강의 △일정 기간의 실습만 거치면 된다. 소방안전관리사 자격증과 같은 특정 자격증이 있는 경우 학점이수가 인정되어 일부 수업을 듣지 않고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은 작년 기준 사이버대학교와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얻은 사람이 전체 취득 인원 중 5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2016년 6월 이전엔 온라인 수업만으로도 보육교사가 될 수 있었다. 이후 관련 규정이 개정되어 자격 요건이 강화됐지만, 그 이전에 자격을 얻은 보육교사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의 개선, 아동의 행복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육교사의 근무요건이 개선돼야 한다. 보육교사 1명이 맡는 아동의 수와 보육 이외의 잡무를 줄여, 보육교사가 아동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서류 간소화, 행정업무 자동화 등으로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육교사들이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관련 복지 서비스도 고려돼야 한다. 이승하 교수는 “심리 상담과 같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교사들이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육교사 자격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 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는 관련 학과를 나와 자격을 얻은 사람부터 온라인 강의로 교육과정을 통과한 사람까지 다양해, 교사들 간의 편차도 크다. 김은영 연구위원은 “현장실습 비율을 늘리는 등 교육과정을 보완해가면서 자격 취득자들 간의 편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면 아동학대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직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꾸준한 교직 윤리 교육을 통해 교사들에게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다.

 

정부, 처벌 제도 보완 할 것

청와대 국민청원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의 처벌 및 재취업 제한’을 강화해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아동학대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형량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선고 과정에서 여러 상황이 참작되면서 구형에 비해 선고 형량은 낮은 편이다. 또한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영구 자격 박탈이 아닌 일정기간 동안의 자격 박탈만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자격 박탈 기간이 끝나면 가해자는 어린이집에서 다시 근무 할 수도 있다. 청원자는 ‘아동학대 범죄자의 어린이집 재취업을 철저히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난달 정부는 답변을 내놓았다. 가해자의 재취업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여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금고형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경우 20년 동안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한 보육시설 원장이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주의·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할 시 원장 자격을 정지시키고 있다. 청와대 측은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여 원장 자격 정지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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