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출판 구매층 한정돼 있어 수익 적을 수밖에/ 인력부족과 교체로 전문성 미흡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져/ “가장 시급한 것은 재정지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해/ 일부 대학출판부 스스로 활로 모색도

대학의 학문 지식을 전달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출판부. 그러나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재정위기로 그 존립마저 위태롭다. 대학출판부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하며, 이를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일까.

대다수의 대학출판부는 출판물의 판매 수익이 저조한 실정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16년에 발간한 <대학출판부와 도서관의 협력 모델 개발연구>에 따르면 한국대학출판협회에 소속된 우리나라 대학출판부 평균 연간매출액은 4억 5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대학 출판부가 일반 상업 출판사와 다른 출판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출판부는 △학술도서 △대학교재 △교양도서를 출판하고 있으며 학술출판을 본령으로 한다. 학술출판은 특성상 판매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수들의 연구 결과물로 전문지식이 담겨있다 보니  구매층이 연구자나 학생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적은 판매수익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은 이전부터 지속돼 온 문제였다. 90년대에 무인 복사기가 보급되면서 대학교재의 불법복제가 대학가에 성행했다. 이로 인해 대학출판부는 물론 대학교재 출판사들까지 판매 부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매체 환경 변화와 함께 독서인구가 줄어들면서 출판업에 불황이 닥쳐왔다. 이러한 시대변화에도 대학출판부들은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기도 했다. 학기 초에 벌어들인 교재 판매수익으로 1년 예산을 확보해 학내 연구자들의 연구물을 출판하는 것에만 안주한 것이다. 한국출판학회 남석순 고문은 <한국대학출판부의 실태조사연구>라는 논문에서 ‘복사기 보급으로 인한 급격한 도서매출의 감소와 안일한 경영방식으로 일부 대학출판부의 운영 어려움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대학출판부의 인력부족이 매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권영자 전문위원의 <한·일 대학출판부 출판 활동의 실증적 비교 연구> 논문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전국 80여 곳의 대학출판부 중 출판부장을 포함해 직원 수가 5인 이상인 곳이 23곳이며 10인이 넘는 곳은 4곳으로, 다수의 대학출판사가 5명 이하로 운영된다. 우리 학교 출판부 배영미 출판과장은 “적은 인원이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잦은 조직재편으로 전문출판인력을 축적할 수 없는 것도 수익창출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대학출판부 출판부장은 2년마다 교수들이 돌아가며 맡는다. 주로 출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학과의 교수들이 부임돼 전문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일관된 경영정책을 펼 수 없고 장기적인 출판기획을 수립할 수 없다. 건국대학교출판부 유영만 출판과장은 “단순 행정업무만 하는 것이 아닌 기획이나 편집 디자인 등의 업무를 진행하기에 전문성이 요구된다”라고 전했다.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의 재정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출판부의 운영형태는 크게 대학에 예속된 형태인 ‘대학운영제’와 독립된 형태인 ‘독립법인운영제’, ‘독립채산운영제’로 나뉜다. 2004년 무렵 ‘독립채산제’가 도입되면서, 대학과 분리된 운영방식을 택하는 대학출판부들이 늘어났다. 따라서 독립된 대학출판부는 대학의 재정지원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2017년 <교수신문>이 한국대학출판협회 회원교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 응답에 따르면 독립운영의 국립대 출판부는 대학의 지원이 없을뿐더러 공적부담금(공공요금)으로 매출의 10~30%까지 대학에 납부하고 있기도 하다. 독립의 주된 이유는 출판의 독립성과 운영의 주체성을 위한 것이었으나 독립된 대학출판부는 대학과 분리된 재정회계로 출판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유영만 출판과장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대학출판부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책에 대한 수요가 떨어져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 소속된 출판부 역시 대학의 재정지원을 바랄 수 없다. 대학의 재정이 부족한 탓이다. 대학들은 학령인구와 등록금 수입의 감소 등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해지자 대학출판부의 예산을 줄였다. 

대학출판부는 수익창출이 아니라 학술출판을 목적으로 한다. 대학의 학문 지식을 저장해 사회에 보급하는 학술유통 매체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관계자는 “판매 부수 등 경제성이 낮더라도 출판한다는 점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상업출판사와 구분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술출판은 손실을 감수하는 투자사업이므로 적자가 나기 쉽다. 때문에 대학출판부는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부수적인 사업을 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학술출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학내 인쇄물을 제작하는 사업을 수주하거나 굿즈(Goods) 판매 등을 통해 발생된 이윤은 적자를 메우거나 학술도서를 출판하는 데에 사용된다. 배영미 출판과장은 “수익확보를 위해 비단 도서출판만이 아니라 인쇄물 제작 등을 하다 보니 도서출판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대학출판부는 전문적인 학술출판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이혜지 주간은 “대학출판부는 기본적으로 수익창출이 목적인 ‘출판’을 하면서도 ‘대학’의 학술연구 발전에 기여코자 하는 모순된 사명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출판부가 학술출판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유영만 출판과장은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대학의 지원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정부가 대학출판부 별도지원금 법제화 등의 방법으로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재정지원 외에도 대학출판부가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일부 대학출판부들은 안정적인 수입 확보를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 출판물과 달리 세련된 표지 디자인의 교양 기획도서로 일반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를 위해 외부 출판 전문인력을 영입하기도 하며,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증대하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학술출판과 상업출판 간의 균형을 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상업출판과 학술출판의 균형이 중요하다”라며 “상업출판에 치중하면 학술출판을 놓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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