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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 I told you so).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를 쓴 소설가 마틴(George R. R. Martin)은 지난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이런 트윗을 날렸다. 오늘 문득 그 생각이 났다. 다름 아니라 신문에서 ‘대학의 위기’ 기사를 읽고서다.
 

대학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지만, 최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평가’에 즈음하여 현실감이 늘었다. 대학의 위기에는 내·외적인 문제가 함께 작용하는 것 같다. 주된 외적 요인은 역시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미충원과 청년실업 문제일 것이다.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 대학진학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하고, 더구나 대학 졸업장에 대한 미련 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에 진출하거나, 대학을 관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결국 일부 대학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면, 대학사회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여 내실을 다지지는 못한 채 외적 성장에만 치중해 온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대학공동체라는 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교수도, 학생도 마치 섬처럼 고립화되고 파편화되었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살고, 혼자 울고 웃는다. 우정 대신에 상대평가 등수가 남고, ‘우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직장 상사나 동료와 다르지 않은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 동기들과의 4년짜리 시한부 인간관계가 남을 뿐이다.  
 

이렇게 대학공동체가 무너진 것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언론이 위기를 빌미로 한 갑질을 행사한데 주된 원인이 있다. 언론이 대학 교육이 잘못되어 기업이 졸업생들을 당장 써먹을 수 없다고 하고,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빌미로 CK, BK, ACE, CORE, LINK와 같은 희한한 영어 약어로 된 ‘사업’을 시행하면서 대학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한 결과다. 상대평가로 교수를 줄 세우고 성과분이 누적되는 희한한 성과연봉제를 시행한 탓이다. 그 결과 교수사회는 더 각박해지고 피폐해졌다. 수업은 강의평가 지표에만 맞춰지고, 개인의 연구역량은 상승했는데, 공동연구를 위한 선수 선발은 안 되는 기현상이 생겼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너무 지쳐있다. 평생을 입시에 매달리다 겨우 넘은 대학 문턱 앞에는 학점관리와 아르바이트, 스펙 쌓기라는 새로운 가시밭이 놓여있다. 대학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기회가 아니며, ‘수저 색깔’이 넘사벽이니 그들은 망연자실하다. 중고생시절 이미 고밀도의 학원 강의를 경험한 그들이니 대학 수업에 대한 존중감이나 의욕은 없고 강의시간마다 유체이탈을 시전한다. 지칠 대로 지친 그들에게 인간세상의 기본과 공동체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는 조언은 사치에 가깝다. 
 

이렇게 우리 대학사회는 참여와 공유, 개방과 상생의 공동체이기는 포기한 채 교수는 업적평가에, 학생은 스펙쌓기에 매달린 기형적인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각자도생’에 일로매진하는 동안 겨울은 이미 눈앞에 있다. 올겨울은 유난히 혹독할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겨울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겨울이 오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홀로 떨어진 늑대는 죽지만 무리를 이룬 늑대들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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