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가 보다 충실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또 자신이 한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교수가 자신의 한 학기 수업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친 다음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읽으며 교수는 수업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수업내용이 잘 전달되었는지 점검해볼 수도 있지만, 수업이 ‘학생을 위한 것’인 만큼 학생의 말을 들어보는 것보다 정확할 수는 없다.  

강의평가에는 학생들이 항목별로 체크한 평가와 주관적 평가의 두 가지가 있는데, 교수자로서는 주관적 평가가 더욱 관심이 가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성의 있게 쓴 주관적 평가인 경우, 비록 익명으로 쓴 글이지만 사제지간의 교류와 소통의 기회가 되어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수업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충실하고 성의 있는 강의평가는 교수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수강생 본인과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매우 지혜로운 행위이다. 

수업의 좋은 점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적시한 글의 효과는 크다. 교수는 자기가 행한 수업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모를 수 있다. ‘어떤 방식, 어떤 내용이 좋았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확신을 가지고 다음 수업에서 이를 유지, 강화할 것이다. 

개선요망 의견도 개진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교수에게 수업개선을 요망하는 의견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일반의 예법 상으로도 쓴 소리를 할 때는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데 스승에게 하는 고언이 응당 쉬울 리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거나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학교가 정한 강의평가제도의 취지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교수들도 강의평가의 취지를 알고 있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다양하다는 것도 알고 있으므로 개선을 바라는 의견을 흔쾌히 읽고 참고할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해주기 바란다’는 개선요망 의견이 가장 좋고 불만 사항을 단순히 적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수업 전반을 폄하하거나 품위 없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면 우려할 일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교수는 강의평가서를 읽지 않게 될 것이며 결국 그 피해는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만약 학교가 이와 같은 사례를 접하고도 자유로운 강의평가가 위축될까 염려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처사다. 강의평가를 SNS 상의 댓글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강의평가는 공문서에 해당하는 전자기록물이며 익명으로 쓰는 글이지만 글 내용이 특별히 문제가 될 때에는 작성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업에 대한 평가가 긍정과 부정의 극단으로 나뉘더라도 무방하다. 그것은 교수가 다음 수업을 준비하면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강의평가가 교수와 학생이 함께 멋진 수업을 만들어가기 위한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