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비로 젖은 한적한 캠퍼스. 국제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유명한 채사장 작가의 강연 때문이었다. 강연은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당신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채사장 작가는 세상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조언하고, 현명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전했다.

가끔 우린 자신을 향해 의심한다. ‘남들처럼 사는 게 정답일까?’ ‘조금은 다르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주어진 매일의 삶에 충실하다가도 종종 이러한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곧 어쩌겠나 싶어 마음을 접고 다음날도 전날처럼 살아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회가 규정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채사장 작가는 이러한 수동적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인간이 ‘상징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성별 △이름 △직업 △국적 등 모든 것이 세계가 개인에게 부여한 상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상징세계에 종속된 우린 자연스레 세상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 결국 우리의 행동과 사고는 사회적 통념에 지배되고 만다. 

강연 중 참고로 유명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언급됐다. 채사장 작가는 뫼르소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뫼르소는 사회적 통념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할 줄 모르고, 심지어 햇살이 눈부시단 이유로 사람을 향해 총을 쏜다. 그저 매순간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만 충실한 것이다. 즉 뫼르소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 사상을 가진 인물이다. ‘나’라는 실존이 ‘세상’이라는 본질보다 우선인 것이다. 따라서 뫼르소에겐 모친의 죽음을 애도하는 통념이나 사람에게 총을 쏴선 안 된다는 법률은 무의미하다. 채사장 작가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뫼르소처럼 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사회 잣대에 함몰되지 않는 뫼르소의 태도는 분명 유의미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강연을 통해 삶을 회고할 수 있었다. 고수지(심리학 18) 씨는 “지금껏 세상이 부여한 의무에만 얽매여 왔다”라며 “앞으론 나 자신에 집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 이도 있었다. 이남희(심리학 13) 씨는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 들었으면 좋았을 강의”라며 “취업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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