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예인

<ㅍㅍㅅㅅ> 편집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출산 주도성장’이 뭇매를 맞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전국 성인 503명에게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은 61.1%에 이른다.

그가 그린 청사진은 간단하다. 신생아 출산 시 즉시 2천만 원을 지급하고, 이후 성년이 되기까지 20년간 8천만 원을 지급해 신생아 1인당 총 1억 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과거 허경영이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준다는 공약을 내건 적이 있는데, 어쩐지 데자뷔가 느껴진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출산 주도성장을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하여 “무차별 세금 살포를 통해 정권의 인기를 관리하고 임기 후 나 몰라라 줄행랑치겠다는 심보”라 맹공했다. 어쩐지 출산 주도성장에 대한 자아비판처럼 들리지만, 어쨌든 그는 공무원 증원에 드는 예산을 이 출산 주도성장에 투입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숫자부터 이상하다. 예를 들어 그는 연간수당이 첫해에는 1조 6천억, 20년 후엔 32조가 소요될 것이라 계산했다. 그런데 이는 제도 시행 전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수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야 가능한 숫자다. 이 제도가 10월부터 시행된다면, 같은 해 9월생에겐 한 푼도 안 주고 10월생부터만 1억 원을 주는 것이다.

또 그는 출산 주도성장을 위해 향후 20년간 총 356조 원, 연평균 18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계산도 일종의 기만이다. 기존 영유아에게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온 숫자인 데다, 제도가 자리를 잡고 나면 어차피 매해 40조의 예산이 소요되는 건 똑같다. 매년 4대강 사업을 두 번씩 할 수 있는 돈이다.

돈을 많이 쓴다고 무조건 나쁜 사업인 건 아니다. 문제는 그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도 다양한 현금성 지원 사업을 벌였고, 지자체에서도 다퉈 출산장려금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합계출산율이 1.05명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건 저출산이 단순히 돈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경력 단절로, 이는 한국의 성 불평등을 낳는 가장 고질적인 원인이다. 남녀 간의 경제활동 참여율 및 임금 격차는 20대까지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나, 결혼과 출산이 이뤄지는 30대 이후 급격하게 확대된다.

한편 선진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질수록, 가사 참여가 잘 분담될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복지제도가 약한 미국에서도 같은 경향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지만, 그게 내 직업과 경력을 앗아간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건 돈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는 나의 정체성, 나의 자아와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돈만 준다고 그만일 리가 없다.

쉬운 문제가 아님은 인정해야겠다. 육아휴직을 강제하면 될 것 같지만, 그럼 가임기 여성 자체를 기업이 배척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육아휴직 여부가 암암리에 인사에 반영될지도 모른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직원이 1년 가까이 휴직한다는 것은 매우 큰 손해다. 인력 운용 계획은 어그러지며, 직무의 연속성이 단절되어 재교육이 필요해진다. 어쩌면 친기업적으로 보일 만큼,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강력한 유인을 기업에도 제공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혼 제도의 경직성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결혼 문화가 오히려 젊은이들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동반자 제도를 도입하고 다양한 결혼과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아닐까. 실제 동반자 제도를 도입한 유럽 국가에선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하니. 어느 쪽이든, 출산 주도성장이란 희대의 괴설로부터는 찾아보기 힘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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