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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을, 꿈을 꾸어라
  • 유인권(물리학) 교수
  • 승인 2018.09.15 21:02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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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권 (물리학) 교수


정말이지 덥고도 더웠다. 더위에 지쳐 썰렁했던 교정에 생기가 돈다. 축복과도 같은 금정산 위로 파랗게 높아진 하늘에 저절로 눈길이 머문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맑아진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늘 같을 수는 없는 법. 이 교정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벌써 몇 년째 같은 교정에서 또 찾아온 가을에 무감한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난 벌써 열여섯 번째. 십수 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생전 처음 온 부산, 여기 장전동 캠퍼스에서 첫 가을을 맞이했던 것이 2003년. 매년 맞는 가을이지만,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갔다는 반가움 때문만은 아니다. 고교 시절 가을 축제를 준비하며 교정에서 노래를 맞춰보던 때,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87년 기약할 수 없는 대통령선거를 착잡하게 기다리던 때, 이국의 하늘 아래 매년 꿈에서만 그리던 고국의 가을하늘. 저마다의 지나간 이야기들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인지 난 열여섯 해 내내 금정산 위로 한껏 높아진 가을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스칠 때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일렁인다.  

청년 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란다. 적지 않은 등록금을 내며 대학을 졸업해봐야 적절한 일자리 하나 얻기 힘든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나의 이런 가을 타령이 곱게만 들리진 않을 것 같다. 이 시대의 기성세대로서 그 무게를 올곧이 감내하며 조금이라도 주어진 소임을 다 해야 하는 교수들이라고 걱정이 없을 리 없다. 새로운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이 사회의 누구도 속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힘든 때일수록 꿈을 꾸어야 한다. 무슨 꿈이어도 좋다. 단지 누구보다도 멋지고 설레는 꿈이어야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우린 지금 여기에 있다. 미래는 누가 만들어준 꽃길로 거저 오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꿈을 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꿈은 그래서 지금의 나를 열심히 살게 하고, 미래는 그래서 내 것이 된다. 일을 피하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고, 일을 성사시키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다는 티벳의 속담이 있다 한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걱정을 몰아낸 그 자리에 꿈을 심자. 주머니의 6펜스가 아니라 가을하늘의 청명한 달을 보자.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젊은이들이 꿈을 잃은 나라의 미래는 없다. 

가을의 일렁임은, 그래서 낭만만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간 시원함이 반갑기가 무섭게 추운 겨울의 모진 바람을 염려하는 것이 우리의 간사함이다. 그만큼 이 짧은 가을의 높은 하늘은 설렘인 동시에 아쉬움이다. 그나마 이런 가을이 아니라면 언제 또 이런 설레는 꿈을 꾸겠는가. 젊음은 육체의 한 때가 아니라 영혼의 상태라 하지 않았던가. 온 우주의 시공간에서 가장 소중한 유일한 존재들인 지금의 그대들이여. 

유인권(물리학) 교수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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