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이었다. 더위가 여름다운 것이려니 생각을 거듭해도 덥고 힘들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열대야도 지나 가을이고 개강이다! 계절의 순환처럼 이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삶은 언제나 변화 속에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 새삼 숙연해진다. 

그런데 폭염에 인간만 몸살을 앓았으랴! 지구상의 생물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6번째 대멸종’으로 부를 만큼 빠른 속도로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인간이 원인이 돼 생물종이 사라지는 건 지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각종 개발 및 포획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탓이다. 

시간 속에 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생겨난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홀로 있는 법이 없다. 뭇 생명과 좋은 관계에 있어야 인간의 삶도 건강할 것이다. 생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류에게도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생태계 붕괴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절실하다. 

어디 생태계뿐이겠는가? 사회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과 일, 인간관계의 방식에 놀라운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앞으로 우리는 전혀 다른 3개의 영역에서 5개의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하니, 하나의 기술로 평생 먹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지평들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특히 인간이 기계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격변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생각할 줄 알아야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모색과 함께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다. 또 상황과 관계가 다변화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사물과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력,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협력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 사실을 암기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통해 가능하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가운데 변화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좋은 삶’일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란 주어진 대로 살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되,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는 것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이 가을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세인트존스대학에서는 100권의 책을 깊이 읽고 토론하는 것이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진부한 말이 참고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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